모건스탠리ㆍ골드만 등 CEO 발언 직격탄
‘빅쇼트’ 버리, 엔비디아ㆍ팔란티어 하락 베팅
버핏의 버크셔, 역대 최대 현금 보유

월가 거물들이 최근 인공지능(AI) 투자 과열에 대해 잇따라 경고하면서, 고평가 논란이 불거진 기술주를 중심으로 매도가 확산됐다. 이에 따라 AI 열풍이 촉발한 ‘제2의 닷컴버블’ 우려가 한층 커지고 있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이날 일제히 하락했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2% 넘게 빠졌다. 미장 상승을 견인해온 빅테크 7개사 매그니피센트7(M7)을 보면 애플(0.37%)을 제외하고 엔비디아(-3.96%)ㆍ마이크로소프트(-0.52%)ㆍ아마존(-1.84%)ㆍ구글 모회사 알파벳(-2.18%)ㆍ메타(-1.63%)ㆍ테슬라(-5.15%) 등이 모두 큰 폭의 약세를 나타냈다.
이 외에도 AI 관련주로서 승승장구해온 팔란티어(-7.94%)ㆍAMD(-3.70%)ㆍ오라클(-3.75%) 등도 대폭 하락했다. 특히 팔란티어와 AMD는 사상 최대 실적을 공개했음에도 주가가 크게 빠져 눈에 띈다.
시장을 흔든 것은 월가 간판급 인사들이 일제히 조정 발언을 한 데 따른 것이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홍콩 통화청이 주최한 ‘글로벌 금융 리더 투자 서밋’ 행사에서 “기술주 밸류에이션이 너무 높다”며 “향후 12~24개월 내 주식시장이 10~20%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테드 픽 모건스탠리 CEO도 같은 행사에서 “거시경제 충격이 아닌 자연스러운 시장 흐름 속에서도 10~15% 정도의 조정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며 “이는 오히려 시장의 건강함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밝혔다.
마이크 기틀린 캐피털그룹 CEO는 “기업 실적은 견조하지만 문제는 밸류에이션”이라며 “현재 주식이 싸다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으며 공정(fair) 또는 고평가(full valuation) 수준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고 진단했다.
앞서 ‘월가의 황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도 지난달 “지정학적 긴장 등 여러 요인을 감안할 때, 향후 6개월에서 2년 사이에 상당한 주식시장 조정 위험이 존재한다”고 언급했다.
큰손들의 하락 베팅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영화 ‘빅 쇼트’로 유명한 공매도 투자자 마이클 버리가 엔비디아와 팔란티어의 풋옵션을 신규로 매입한 사실이 전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보고서를 통해 확인되며 투자심리를 더욱 위축시켰다. 버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해 공매도 투자로 성공한 인물이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도 증시 하락에 대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버핏 회장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는 3분기 실적을 1일 발표했는데 12분기 연속 주식을 순매도해 보유현금이 사상 최대(3816억 달러)에 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5분기 연속으로 자사주도 매입하지 않았다.
특히 그간 AI 중심의 좁은 랠리는 1990년대 닷컴 버블을 연상시킨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팩트셋에 따르면 AI 관련주 상승으로 S&P500 종목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3배를 넘어 2000년 이후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미국 외환거래 플랫폼 포렉스닷컴의 파와드 라작자다는 “소수의 메가캡 기술주만 상승을 이끌고 있어 AI 내러티브가 조금만 흔들려도 시장 전체가 취약해진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부 투자자는 여전히 AI 랠리의 지속 가능성을 자신했다. 미국 자산운용사 나벨리아의 루이스 나벨리아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팔란티어와 엔비디아의 하락은 절호의 매수 기회”라며 “AI와 데이터센터가 미국 경제 성장을 폭발적으로 견인하고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