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조치로 시장 참여자들이 당면한 현실은 명확하다. 첫째, 1세대 1주택자의 비과세 문턱이 다시 높아졌다.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이면서, 서울 전역의 1세대 1주택자들은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받기 위해 ‘2년 이상 거주’ 요건을 필수적으로 채워야 한다. 단순히 집을 보유만 해온 이들에게는 명백한 부담이다. 둘째, 더 큰 문제는 다주택자다. 다주택자들의 퇴로가 사실상 차단됐다. 2026년 5월 9일 이후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양도할 경우, 유예되었던 양도세 중과가 다시 적용될 수 있다는 강력한 신호가 포함됐다. 이는 시장에 매물을 내놓으라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팔지 말라’는 경고에 가깝다.
정부의 논리대로라면, 양도세를 무겁게 하여 ‘파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다면, 최소한 ‘보유하는 것’에 대한 부담은 완화해주어야 한다. 즉,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시장에 내놓도록 유도하려면 양도세 부담을 낮춰 퇴로를 열어주거나, 그것이 아니라면 최소한 보유세(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부담이라도 안정시켜야 한다. 하지만 지금 시장에 전달되는 신호는 정반대다. 양도세 중과를 예고하는 동시에, 보유세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시장 참여자들에게 ‘팔지도, 갖지도 말라’는 모순된 메시지를 던지는 것과 다름없다. ‘파는 길’은 양도세로 막고, ‘보유할 길’은 보유세 인상으로 빼앗는다면, 시장은 어떤 선택을 할까? 정책 합리성에 근본적 의문이 제기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결과는 명확하다. ‘버티기’ 혹은 ‘증여’ 외에는 선택지가 사라진다. 다주택자들은 막대한 양도세를 감수하고 매물을 내놓기보다, 자녀에게 증여하거나 ‘어차피 팔기 힘든 것, 끝까지 버텨보자’는 심리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시장의 매물은 더욱 잠기게 되고, 거래는 절벽 수준으로 급감할 것이다. 이는 ‘거래 동결’을 넘어 ‘시장 마비’ 상태를 초래할 수 있다. 세금 부담을 이기지 못한 일부 급매물이 나올 수는 있으나, 대다수 매물이 잠기면서 오히려 소수의 거래가 시세를 왜곡하는 현상은 심화될 것이다. 공급 부족 신호가 시장을 자극해 장기적으로는 가격 안정을 더욱 저해할 수도 있다.
부동산 정책의 목표는 ‘세금 징수’가 아니라 ‘시장 안정’이어야 한다. 이번 10·15 조치는 양도와 보유 양쪽에 강력한 징벌적 과세를 예고함으로써, 시장의 자율적 순기능을 마비시키고 있다. ‘잡으려다 얼어붙게 만든’ 시장은 결국 더 큰 부작용을 낳을 뿐이다. 퇴로와 숨구멍을 함께 제시하는 균형 잡힌 정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강정호 세무법인 센트릭 세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