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방원도 호실적에 급등
외국인 매도에도 개인·기관이 지수 지탱
AI 공급망 중심국 부상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4200선을 넘어섰다. 지난주 미국·중국·한국 정상외교와 한ㆍ미 관세 협상, 엔비디아의 국내 투자 발표가 겹친 이른바 ‘슈퍼위크’를 통과한 직후에도 상승 기세가 오히려 강화됐다. 한국 증시가 단기 이벤트 장세를 넘어 실적ㆍ기술 기반의 구조적 랠리 초입에 들어섰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공급망 재편 속에서 한국의 반도체·방산·조선 산업이 전략적 위치를 확인했고, 외교·정책 리스크 해소와 대규모 설비 투자 기대가 맞물리며 체감 시장 체력이 한층 강화됐다는 진단이다.
3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14.37포인트(pㆍ2.78%) 오른 4221.87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4221.92까지 오르며 지난달 30일 장중 고점(4146.72)을 가볍게 넘어섰다. 지난달 31일 처음 4100선을 넘은 지 이틀 만에 4200대를 돌파했다. 지수 상승 폭은 지난 4월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 발표 직후 이후 가장 컸다. ‘정상외교 모멘텀’이 소진된 뒤 변동성 대신 추가 상승이 나타난 것은 과거와 차별되는 장세라는 평가다.
상승세의 중심에는 AI 반도체가 있었다. 삼성전자는 3.35% 오른 11만1100원, SK하이닉스는 10.91% 급등한 62만 원에 마감해 각각 ‘11만전자’ ‘60만닉스’에 올라섰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방한해 “삼성전자가 필요하고 SK하이닉스도 필요하다”고 밝히며 한국 메모리 공급망의 전략적 지위를 확인했다. 엔비디아가 국내 주요 기업에 GPU 26만 장 공급 계획을 발표한 이후 데이터센터 증설 기대가 현실 구간으로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증시에 확산했다. 국내 반도체 기업 실적 전망이 상향되는 가운데 정책·외교가 이를 뒤받치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해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AI칩 26만 장 공급 발표 이후 데이터센터 확장과 파트너십 기대감이 코스피 강세를 주도했다”며 “외교 이벤트 해소 이후에도 랠리가 유지된 만큼 실적이 향후 시장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적이 뒷받침된 ‘조방원(조선ㆍ방산ㆍ원전주)’도 강세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6.44% 상승했고 현대로템은 6.07% 올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3분기 연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46.5%, 79.5% 증가한 6조4865억 원, 8564억 원을 기록해 역대 3분기 최대 실적을 냈다. 현대로템은 매출 1조6196억 원, 영업이익 2777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48.1%, 102.1% 증가하며 역시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두산은 7.27% 오른 101만8000원에 마감했다. 두산에너빌리티(원전)ㆍ두산로보틱스(로봇) 등 핵심 자회사 가치가 부각되며 지주사 리레이팅이 본격화됐다는 평가다. 장중 처음으로 100만 원대를 돌파해 ‘황제주’에 올라섰다.
외국인은 차익 실현에 나섰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7963억 원 순매도, 코스피200 선물 시장에서도 2452억 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반면 개인이 6514억 원, 기관이 1855억 원 순매수해 지수를 지지했다. 원/달러 환율은 4.4원 오른 1428.8원에 마감하며 외국인 매도 영향이 반영됐다. 시장에서는 “과거와 달리 고점 근처에서도 개인ㆍ기관의 현금 기반 매수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날 코스닥은 1.57% 오른 914.55에 마감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11.23% 뛰며 로봇 섹터 강세를 이끌었고 AIㆍ이차전지ㆍ바이오주 전반으로 매수세가 확산했다.
증권가는 이번 상승을 정책ㆍ외교 변수 해소 이후 실적ㆍ기술 기반의 추세 강화로 보고 있다. 임정은ㆍ태윤선 KB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블랙웰 공급과 삼성전자와의 AI 팩토리 구축 협력 등 ‘AI 동맹’ 모멘텀이 개인 매수세로 이어지며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며 “11만전자, 60만닉스와 함께 로봇·방산이 증시를 뒷받침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중 관계 회복 기대와 조선업 호재가 더해졌고, 환율 변동에도 시장 체력이 견조하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