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8000억 순매수…코스닥 900선 회복
엔비디아·국내 기업 협력 기대에 AI·모빌리티 랠리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종가 기준 4100선을 돌파했다.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의 방한을 계기로 국내 대기업과의 협력 기대가 커지며 AI·자동차·로봇 관련 종목이 급등했다. 기관 매수세가 지수 상승을 주도하며 글로벌 증시 조정 속에서도 한국 증시의 독주가 이어졌다.
31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0.61포인트(0.50%) 오른 4107.50에 마감했다. 장 초반 4059선까지 밀렸지만 기관이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며 상승 전환했고 장중 오름폭을 확대했다. 기관은 이날 8143억 원을 순매수했다.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2007억 원, 6005억 원을 순매도했다. 코스피200 역시 기관 순매수가 8039억 원에 달했다.
시장의 중심에는 ‘젠슨 황 효과’가 있었다. 젠슨 황 CEO가 전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과 회동한 데 이어 이날 한국에 최신 GPU 26만장을 공급하는 ‘한국 AI 인프라 이니셔티브’를 공식 발표했다. 공급 규모는 최대 14조 원에 달한다. 정부(5만개)를 포함해 삼성·SK·현대차가 각각 5만개, 네이버클라우드가 6만개의 GPU를 도입한다. 한국 AI GPU 인프라는 현재 6만5000개 수준에서 30만 개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엔비디아는 “한국이 세계적 AI 리더로 도약할 토대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해당 발표는 반도체·미래차·로보틱스 분야에서 한국 대기업과의 협력 심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삼성전자는 3.27% 오른 10만7500원에, 현대차는 9.43% 급등한 29만 원에 마감했다. 기아도 3.18% 상승했다.
로봇 관련주도 불을 뿜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24.01% 급등하며 장중 52주 신고가를 경신했고, 뉴로메카(20.15%)와 두산로보틱스(9.70%)가 뒤를 이었다. AI와 로보틱스 협력 확대를 시사한 황 CEO 발언이 매수세를 촉발했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한국 AI 허브 전략이 가시화하고 있으며 HBM·자율주행·로보틱스 협력 성과 여부가 관전 포인트”라고 평가했다.
대외 변수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국내 시장 흐름을 꺾지 못했다. 간밤 뉴욕증시는 메타가 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약 250억 달러 채권 발행 계획을 밝히며 11% 급락했고, 마이크로소프트(-2.92%), 엔비디아(-2.00%)도 약세였다. 나스닥은 1.57% 밀렸다. 그럼에도 한국 증시는 AI 공급망 중심지 부상 기대 속에 차별화 장세를 이어갔다.
코스닥지수도 외국인·기관 매수에 힘입어 900선을 되찾았다. 코스닥은 9.56포인트(1.07%) 오른 900.42에 마감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705억 원, 1441억 원 순매수했으며 개인은 3086억 원 순매도했다.
환율은 월말 수출업체 네고(달러 매도) 영향으로 하락 전환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2.1원 내린 1424.4원에 마감했다. 오전 한때 1430원까지 올랐으나 달러 공급이 늘며 낙폭을 키웠다. 달러인덱스는 99.51 수준,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24.42원으로 떨어졌다.
증권가는 코스피의 역사적 돌파가 단기 이벤트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AI·반도체·미래차 중심의 산업 체질 변화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임은정·태윤선 연구원은 KB증권 “엔비디아와 국내 기업 간 협력 기대감이 코스피 4100선 돌파를 이끌었다”며 “메타·MS 실적 부담으로 해외 기술주가 조정을 받았지만, 장 마감 후 아마존과 애플의 견조한 실적이 발표되면서 투자심리가 일부 안정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10월 코스피가 19.94% 상승하며 2001년 11월 이후 최고 월간 수익률을 기록했다”며 “단기 급등 부담은 있지만 반도체 업황 개선, 정책 기대, 기업 실적 회복세를 감안하면 추가 상승 여력은 여전히 충분하다”고 말했다. 또한 “다음 주 조선·원전·방산·이차전지 등 최근 상승세를 이끈 업종들의 실적이 예정돼 있어 시장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