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하우스' 센트로이드…글로벌 크로스보더 전문 운용사를 꿈꾼다 [PE의 젊은 피④]

입력 2025-11-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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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러메이드로 크로스보더 역량 입증
내년 상반기 첫 블라인드펀드 결성 예정
"글로벌 선도 기업의 아시아 진출 돕는 방식으로 밸류업"

[편집자주] 2025년은 사모펀드(PE)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더욱 키운 해였다. 홈플러스 사태를 비롯한 굵직한 이슈들이 연이어 불거지면서 ‘먹튀(먹고 튄다)’ 프레임이 시장 전반에 강하게 자리 잡았다. 그러나 PE의 역할은 단순히 단기 차익을 노리는 세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기업 구조조정과 성장 전략을 뒷받침하며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순기능 역시 분명히 존재한다. 국내 PE 업계는 세대교체기를 맞고 있다.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반생이 주축으로 떠오르며 판을 새로 짜고 있다. 투자 철학과 스타일, 리스크 관리 방식도 달라지는 추세다. 본지의 [PE의 젊은 피] 기획에서는 업계 젊은 리더들을 만나 그들이 가진 투자 철학과 전략, 그리고 한국 자본시장에서 그려나가는 미래상을 들어봤다. ‘먹튀’라는 부정적 프레임 너머, 세대교체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풍경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주형 센트로이드 투자본부 부장이 29일 서울 영등포구 센트로이드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이주형 센트로이드 투자본부 부장이 29일 서울 영등포구 센트로이드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설립 10년 차를 맞은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이하 센트로이드)는 국내 사모펀드(PE) 시장 태동기부터 시작한 1세대 PE들에 비해 업력이 짧다. 센트로이드를 이끌고 있는 정진혁 대표도 1984년생으로 젊다. 하지만 거래 노하우는 업력이 긴 여느 PE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다. 오히려 새로운 시각으로 인수한 기업들의 밸류업을 달성하고 있다.

센트로이드의 대표 포트폴리오는 골프웨어 브랜드 '테일러메이드'다. 센트로이드는 테일러메이드의 기업가치를 급성장시키며 단숨에 대형 하우스로 도약했다. 그 이면에는 정 대표의 혁신적인 발상과 직원들의 노력이 있었다.

이주형 센트로이드 부장은 센트로이드의 성장 배경으로 직급에 제한받지 않는 자유로운 문화와 독보적인 밸류업 방식을 꼽았다. 그는 "통상 국내 PE들이 밸류업하는 방식을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다"며 "국내 기업에 투자해 글로벌화를 노리는 일반적인 전략 외에도, 글로벌 선도기업에 투자하여 해당 기업들이 구현하지 못하고 있던 아시아 지역에서의 성장 잠재력을 일깨워주는 크로스보더(국경간 거래) 전략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1984년생 정진혁 대표가 2015년 설립

1990년생인 이 부장은 지난해 초 센트로이드에 합류했다. 센트로이드 합류 전, HSBC 세일즈앤트레이딩(S&T) 부서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IMM인베스트먼트 홍콩에서 크레딧, 에쿼티 투자 업무를 맡았다. 이 부장은 "소수 지분 투자에 익숙해지다 보니 오너쉽을 가져갈 수 있는 투자를 진행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다이나믹한 곳이 있다'는 지인의 말에 (센트로이드에) 지원하게 됐다"고 귀띔했다. 센트로이드 입사 후 정말 '다이나믹'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한다.

이 부장은 "PE에서 주니어들이 하는 일은 굉장히 제한적이다. 하지만 센트로이드는 딜 소싱부터 사후관리까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많이 주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회가 많은 만큼 고통이 수반되지만, 그만큼 배울 수 있는 부분도 많다"고 덧붙였다.

그는 "VC(벤처캐피탈)에서 센트로이드로 넘어올 때 가장 기대되면서도 역량을 빠르게 키워야겠다고 생각했던 부분은 바이아웃 투자에 대한 접근 방식이었다"며 "그럼에도 근본은 같은 것에 두고 있기에 재미있고 빠르게 배워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를 위해 투자자가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다른 점은 VC의 경우 여러 곳에 투자를 단행하는 반면 PE는 한 두 곳 투자에 집중하기 때문에 더 깊게 고민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센트로이드에서 현재 가장 젊은 직원은 1997년생이다. 대표와 불과 13살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그는 "젊고 에너지 넘치는 하우스인만큼 소통도 자유롭고, 타당한 의견을 제시하면 나이나 직위를 막론하고 빠르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라며 "누구 한명이 중심이 아니라 서로의 강점을 합쳐 회사를 함께 키워나가자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이주형 센트로이드 투자본부 부장이 29일 서울 영등포구 센트로이드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이주형 센트로이드 투자본부 부장이 29일 서울 영등포구 센트로이드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테일러메이드 거래…5년 만에 기업가치 두 배로

센트로이드의 대표 포트폴리오인 테일러메이드는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센트로이드는 JP모건과 제프리스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테일러메이드 경영권 매각을 추진 중이다. 지난달 적격 예비후보(숏리스트) 4~5곳을 선정했으며 현재 실사를 진행 중이다. 센트로이드는 2021년 2조 1000억원에 테일러메이드를 인수한 후, 해당 브랜드의 전통적인 강점이었던 장비 사업 외에도 성장 잠재력이 높을 것으로 판단한 골프공이나 어패럴 사업 확장에 힘써왔다. 한국 등 주요 시장에서의 브랜드 가치제고에도 집중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에 따라 시장에서는 본건 매각에 대해 높은 기업가치를 거론하고 있다.

이 부장은 "투자 검토 때부터 밸류업 계획이 탄탄하게 잡혀있었고, 인수 후 당시 계획에 따라 밸류업을 진행했다"며 "테일러메이드의 경우 전통적으로 장비 부문이 강한 것에 비해, 골프공이나 어패럴은 추가적인 성장 요소가 많은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외에도 한국과 같은 주요 골프 시장에서의 성장 잠재력 역시 센트로이드 핵심 전략의 한 축이었다"며 "골프공 생산 역량 강화를 위한 낫소골프 인수나 각 국가와 시장 특성에 맞춘 마케팅 전략 수립, 최근 크게 화제가 되었던 Sunday Red 브랜드 출시 등 다양한 기업가치 제고 활동을 진행했다. 결과적으로 장비 분야 매출도 많이 늘었지만, 초기 집중 분야였던 골프공과 어패럴 모두 선전하면서 장기적인 성장 동력도 확보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결국 센트로이드가 인수 전에 설계했던 목표가를 구현했다.

센트로이드는 테일러메이드 외에도 콘서트골프파트너스, 사우스스프링스CC 등을 갖고 있다. 이 부장은 "골프 밸류체인에 투자할 때 테일러메이드가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며 "하우스 자체가 골프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골프 관련 딜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센트로이드를 골프 밸류체인에만 집중하는 운용사(GP)로 오해하면 곤란하다. 이 부장은 폭넓은 투자 유니버스와 전략을 가진 GP라고 설명했다. 그는 "테일러메이드와 골프장 인수로 인해 골프 전문 운용사로 착각할 수 있지만, 다양한 역외 투자를 통해 크로스보더 투자 및 운영 역량을 탄탄하게 쌓은 GP"라며 "골프 외에도 KAF(전 코오롱화이바), 솔리드이엔지를 운용 중"이라고 전했다. KAF는 센트로이드가 코오롱글로텍의 부직포 사업부를 인수해 사명을 변경한 곳이며, 솔리드이엔지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전문 기업이다.

해외 LP 노리는 센트로이드

이 부장은 센트로이드가 테일러메이드 딜을 통해 해외로 저변을 넓힐 수 있는 강력한 역량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국내 PE들의 경우 크로스보더 투자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지 않고, 또 좋은 해외 딜을 소싱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센트로이드는 테일러메이드 투자건을 통해 내재화한 투자, 운영 경험과 노하우 외에도, 해외 현지에 확보한 다양한 협력사 및 자문사 네트워크를 통해 크로스보더 딜소싱, 실사, 운영 및 가치제고 역량을 탄탄하게 쌓았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기관전용 사모펀드 수는 1137개로, 2020년 말(855개) 대비 282개(24.8%) 늘었다. 출자하는 기관은 정해져 있는 반면 사모펀드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대형, 중견 PE들은 업력이 쌓인 만큼 블라인드펀드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이 부장은 “해외 투자에 대한 역량을 내세우고 있는 하우스인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해외 기관투자자(LP)도 자연스러운 선택지라고 생각한다”며 “국내 운용사로서 역외 자금 유치가 쉽지는 않겠지만, 앞서 언급한 크로스보더 역량과 센트로이드만의 차별화된 문화가 해외 투자자들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북미나 홍콩, 동남아 등에서 투자 및 펀드레이징 활동을 했던 경험이 해외 투자자들과의 소통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장은 “센트로이드는 설립 후 10건에 투자했다”며 “지금까지 프로젝트펀드로만 투자를 진행하며 뛰어난 펀드레이징 역량을 선보였지만, 우리의 투자 전략을 좀더 적극적으로 선보이기 위해선 블라인드펀드 조성 역시 자연스러운 수순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주형 센트로이드 투자본부 부장이 29일 서울 영등포구 센트로이드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이주형 센트로이드 투자본부 부장이 29일 서울 영등포구 센트로이드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투자부터 밸류업까지 센트로이드가 바라보는 시각은 국내 PE들이 보는 시각과 차별화된다. PE들은 통상 국내 기업들을 해외로 진출시켜 밸류업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센트로이드는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지 못한 글로벌 선도 업체에 투자한다. 센트로이드는 이를 통해 안정성을 확보할 뿐만 아니라 업사이드를 한층 더 높일 수 있다.

이 부장은 “이미 안정적인 글로벌 기업 중에서는 당연히 투자를 받지 않는 곳도 많다”며 “하지만 세계는 넓고, 센트로이드의 전략에 부합하는 기업은 꼭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훌륭하게 글로벌 선도 기업을 운영 중이지만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의 성장 잠재력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곳들도 있다. 센트로이드는 이러한 기업들에 투자하고 자문을 제공하고, 경영진과 긴밀하게 협력하며,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파트너란 점에서 매력적인 운용사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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