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세부 항목·인하 시점 등 내용 부재
외인·기관 ‘한미협상 안도감’ 현대차 매도

증시 전문가는 국내 증시가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 결과를 향한 아쉬움을 반영하며 변동성을 띠었다고 평가했다. 한미 관세 협상을 호재로 인식하며 단기 급등한 종목을 중심으로 차익실현이 이뤄졌다는 분석도 있다.
30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25% 하락했다가 1.61% 상승하는 등 변동성 장세를 나타냈다. 증권가에서는 이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관세 정책과 관련한 구체적 해결책이 드러나지 않자 관망세가 짙어졌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날 양국 정상은 일부 관세를 비롯해 희토류, 대두 수출입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기술 수출 규제 완화와 관련해서는 뚜렷한 진전을 보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주석과 엔비디아 최신 인공지능(AI) 가속기 ‘블랙웰’ 중국 내 공급 문제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이번 미중 정상 간 합의는 큰 틀에서의 방향성만 제시됐을 뿐 공동성명서나 세부 항목, 관세 인하 시점 등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며 “예컨대 반도체 분야 차별 해소는 원칙적으로 합의했지만, 구체적 실행 조항은 부재하다”고 진단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귀국길 에어포스원에서 취재진에 희토류 수출 연장 등 결과를 공개했지만, 반도체 공급은 마무리되지 않았고 대만 문제가 의제에서 빠지는 등 불확실성 요소를 남기며 증시 분위기를 돌리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
외국인과 기관의 차익실현 수요도 발생했다. 현대차는 한미 무역협상 타결에 힘입어 장중 29만6000원까지 치솟으며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지만, 이후 상승 폭을 줄이며 전 거래일보다 2.71% 상승한 26만5000원에 마감했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의 현대차 순매도 규모는 각각 2314억 원, 832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원전, 이차전지, 정보기술(IT) 등 최근 주가가 오른 종목의 물량도 일부 정리했다. 외국인은 두산에너빌리티(-2069억 원), 카카오(-790억 원) 등을, 기관은 NAVER(-652억 원), LG에너지솔루션(-651억 원), 엘앤에프(-598억 원) 등을 각각 팔았다.
다만 외국인과 기관의 차익실현이 반도체와 같은 주도주를 주요 대상으로 삼지는 않았다는 측면에서 국내 증시 자금 유입 흐름 자체가 깨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종민 삼성증권 수석연구원은 “APEC 최고경영자(CEO) 써밋 등 이벤트를 선반영하며 주가가 오르자 차익실현 물량이 일부 나온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종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증시가 추가 상승하려면 미국 증시가 유동성과 AI 투자라는 두 가지 테마를 바탕으로 강세로 가는 기조가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며 “내년 코스피 전체 영업이익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위주로 개선될 것이라는 컨센서스 역시 바뀌지 않아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