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봇 산업이 제조·물류·서비스 전반으로 확산되며 '로보틱스'가 차세대 성장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주요 로봇 기업들이 잇단 상장 준비에 착수, 자본시장에서 새로운 성장축으로 자리매김할 채비를 하고 있다. 이들의 기업공개(IPO) 도전이 로봇 산업 전반의 밸류에이션 재평가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서울로보틱스, 코스모로보틱스, 빅웨이브로보틱스 등 주요 로보틱스 기업들이 잇달아 IPO를 추진 중이다. 일각에서는 국내 로봇 시장점유율 1위인 HD현대로보틱스도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로보틱스 기업들의 IPO 러시가 본격화한 배경으로는 글로벌 로봇시장의 가파른 성장세와 정부의 정책 지원 확대가 꼽힌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전 세계 로봇시장은 올해 5억 달러 미만에서 2028년 40억 달러까지 3년 내 10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12월 출범 예정인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인공지능(AI)과 로봇 산업에 30조 원 이상을 투입한다는 정부 계획이 발표됐고, 산업 현장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 활용을 제한하던 각종 규제 완화가 속도를 내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상장 추진 기업들이 단순 제조업을 넘어 ‘AI+로봇’ 융합을 성장 모델로 삼는다는 점이다. 서울로보틱스는 3D 라이다를 활용한 AI 기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로 기업간거래(B2B) 공급망을 넓히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닛산그룹의 공장 내 AI 기반 물류 자동화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주목받았다. 코스모로보틱스는 의도인식기술 등을 적용한 웨어러블 의료 재활로봇으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고, 빅웨이브로보틱스는 로봇 자동화 AI 추천 서비스 ‘마로솔’을 통해 중소 제조 현장의 자동화 수요를 흡수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HD현대로보틱스는 최근 1800억 원 규모 투자 유치를 확정했으며, 이 자금을 ‘피지컬 AI’ 기술 개발에 중점적으로 투입할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IPO 흐름을 단순한 산업 확장 징후가 아닌 AI 시대의 새로운 성장 사이클 진입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이에 기업가치 평가에서는 기술력보다는 성장성과 시장 선점력이 더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즉, 기술이 얼마나 빠르게 고객 확보와 매출로 연결되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이란 의미다.
더불어 상장 일정이 구체화되는 기업이 늘면서 코스닥 내 '로봇 테마주' 재형성 여부와 수요예측 결과가 관전 포인트로 떠오른 모습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기관 수요예측에서 높은 관심과 자금이 몰리면 밸류에이션 상향이 가능하지만 실제 실적과 연결되지 않으면 테마성 과열로 끝날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