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4000 시대 이끈 외국인…1위는 미국 2위는 아일랜드

10월부터 '단타' 영국인 순매수 규모 커…미국 순매수 강도는 약화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며 코스피가 4000선을 돌파,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27일 서울 영등포구 KRX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 전광판에 코스피, 코스닥이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01.24(2.57%) 포인트 상승한 4042.83을 코스닥 지수는 19.61(2.22%) 포인트 상승한 902.69를 나타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코스피가 사상 처음 4000선을 돌파한 상승장의 배후에는 미국과 아일랜드를 중심으로 한 외국인 매수 흐름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10월 이후에는 단기 매매 성향이 강한 영국계 자금이 순매수 선두로 올라서며 외국인 수급 주도권이 서서히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가 집계한 외국인 투자자 매매 동향에 따르면 코스피 상승 랠리가 본격화한 6월 초부터 9월 말까지 한국 주식을 가장 많이 사들인 국가는 미국이었다. 이 기간 미국계 자금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8조2280억 원을 순매수하며 코스피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뒤이어 아일랜드(4조2090억 원), 룩셈부르크(1조6750억 원), 독일(1조600억 원), 중국(2810억 원) 순으로 순매수 규모가 컸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아일랜드 자금의 매수 전환 속도다. 올해 1∼5월 월평균 1400억 원 순매수에 그쳤던 아일랜드는 6∼9월 들어 월평균 1조 원 이상 매수에 나서며 미국 다음으로 강한 매수 흐름을 보였다. 시장 일각에서는 글로벌 패시브·ETF 자금과 연계된 유럽계 장기 자금이 한국 반도체와 2차전지, 인터넷 플랫폼 등에 비중을 확대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영국계 자금은 상반기와 3분기 초까지 매도세가 두드러졌지만 분위기가 달라졌다. 1∼8월까지 11조8910억 원을 순매도하며 차익을 실현하던 영국계는 9월 한 달에만 2조1910억 원을 순매수하며 ‘사자’로 돌아섰다. 여기에 10월 들어서는 순매수 규모 1위를 기록하며 외국인 수급 주도권을 가져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월 1∼24일 국적별 순매수 규모는 영국이 3조960억 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노르웨이(5850억 원), 아일랜드(3290억 원), 독일(2050억 원), 미국(1580억 원)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동계·아시아계 자금은 차익 실현에 나서며 상대적으로 매수 규모가 제한됐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서도 27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5조8898억 원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기관도 2조7071억 원 순매수로 대응했지만 개인은 8조8564억 원 순매도하며 차익 실현에 나섰다. 외국인 매수가 지수 상승을 견인하고 개인은 되팔며 추격 매수에 부담을 느끼는 전형적인 강세장 수급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코스피는 전날 4042.83으로 마감하며 사상 처음 4000선을 돌파했다. 지난 5월 말 2697.67이던 지수는 불과 5개월 만에 1345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은 2100조 원에서 2700조 원대로 600조 원 넘게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