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뛰자 도둑 날뛴다…전 세계 ‘금 지키기’ 비상 [해시태그]

입력 2025-10-24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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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요즘 집 안 구석구석 20~30년 전 혼수까지 들춰보게 한다는 그 금값. 생각지도 못한 ‘금 재테크’를 이룬 금가락지에 웃음이 지어지는 요즘인데요. 그야말로 금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습니다.

20일(현지시간) 금 현물 기준 온스당 4381달러 선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는데요. 현재는 4145.6달에 머물지만, 이 또한 결코 낮은 수치가 아닙니다. 국제 금 가격은 랠리를 지속하면서 올해 들어서만 60% 가까이 상승했죠. 팬데믹 직전인 2020년 초 온스당 약 1700달러와 비교하면 올해 10월 금값은 약 140% 가까이 올랐는데요. 그야말로 ‘초호황’이죠.


(조현호 기자 hyunho@)
(조현호 기자 hyunho@)


국내는 더 뜨겁습니다.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15일 금 현물 금 99.99% 1㎏당 가격은 22만7000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는데요. 이후 열흘 만에 19만7000원대까지 조정받았지만, 연초(12만8000원) 대비 약 50% 이상 상승한 수치죠. 외신들은 한국 금 시장의 ‘김치 프리미엄’, 국제 시세보다 10% 이상 비싸게 거래되는 현상을 이례적이라고 보도했는데요.

실제로 금 현물 ETF에 개인 자금이 몰리며 국내 시장에서는 1~2일 만에 시세가 몇 퍼센트씩 출렁이기도 했습니다. ‘ACE KRX금현물’ ETF에는 하루 새 304억 원이 유입됐고 개인 순매수액은 400억 원을 넘었죠. 순자산 또한 지난해 말 대비 약 2.5배 가까이 급증, 6000억 원대에서 1조 원을 넘은 규모로 확대됐습니다.


▲뉴욕상품거래소(NYSE)에서 21일(현지시간) 금값이 12년 만의 최대 낙폭을 기록하면서 시장에서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뉴욕상품거래소(NYSE)에서 21일(현지시간) 금값이 12년 만의 최대 낙폭을 기록하면서 시장에서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금값 폭등은 달러 약세, 금리 인하 기대감, 그리고 중앙은행의 금 매입이 상승세를 지탱하고 있는데요. 금은 이자도 배당도 없지만, 불확실한 시기에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믿음은 더욱 강해지는 중이죠.

이 믿음이 너무 커진 탓일까요? 금값 급등이 단순한 투자 뉴스에 그치지 않고 있죠. 이제는 사회 문제이자 범죄 뉴스로 번지고 있는데요. 전 세계적으로 말입니다.

유럽이 먼저 들썩였습니다. 지난달 영국 웨일스 세인트 페이건스 국립역사박물관에는 새벽 3시께 절도범 2명이 침입했는데요. 절단기와 가스 토치를 이용해 방탄유리를 뚫고 청동기 시대 황금 장신구를 훔쳐 달아났습니다. 경보 시스템을 무력화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7분이었죠.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불과 일주일 뒤 프랑스 파리 국립자연사박물관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벌어졌는데요. 20대 중국인 여성이 새벽 1시께 박물관에 들어가 볼리비아·러시아·미국·호주에서 각각 기증된 금괴 4점을 훔쳤죠. 총 6㎏, 시가 25억 원에 달하는 황금이었습니다. 용의자는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도주했다가 체포됐으며 당시 녹은 금 조각을 버리려다 덜미를 잡혔죠. 이뿐만이 아닌데요. 프랑스 동북부 랑그르시의 18세기 철학자 드니 디드로를 기리는 '디드로의 계몽의 집'에서 금화와 은화 약 2000개도 사라졌죠. 피해 금액은 약 1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억4000만 원에 달합니다.

네덜란드 드렌츠 박물관에서는 폭발물을 이용한 침입으로 루마니아 국보급 유물인 ‘코토페네슈티의 황금 투구’를 포함해 88억 원어치의 유물이 사라졌습니다. 절단기, 토치, 가스통 등 전문 장비가 동원됐으며 범행 시간은 10분이 채 안 됐는데요. 연이은 절도에 보안 전문가들은 “금값 급등이 절도범들의 표적을 바꿔놓고 있다”고 분석했죠.


(조현호 기자 hyunho@)
(조현호 기자 hyunho@)


국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귀금속 절도 사건이 잇따르고 있는데요. 15일 제주 노형동의 한 금은방에 중국인 3명이 들어섰죠. 손님인 척 물건을 보던 이들은 직원이 잠시 시선을 돌린 사이 황금열쇠 등 귀금속 6점을 챙겨 달아났는데요. 피해액은 1400만 원. 한 시간 뒤 제주공항 출국장에서 붙잡혔죠. 9월 무비자 입국 재개 이후 첫 중국인 범죄였습니다.

7월에는 충남 논산에서 30대 남성이 새벽 4시께 금은방 유리문을 부수고 1000만 원어치 금목걸이와 반지를 훔쳤는데요. 오토바이와 승합차를 번갈아 이용해 인천공항으로 도주했지만, 귀국 후 체포됐습니다. 부산 동래에서는 50대 남성이 “여자친구를 마중하러 간다”며 약 530만 원 상당의 금반지를 낀 채 달아나는 사건도 있었고요. 23일에는 10대 2명이 익산시 영등동 한 금은방에서 2400만 원 상당의 골드바(100g)를 구매할 것처럼 하다 종업원이 의심하자 물건을 내려놓고 도주하는 일까지 벌어졌죠.


▲전남 함평군 함평엑스포공원내 황금박쥐상 조형물 (뉴시스)
▲전남 함평군 함평엑스포공원내 황금박쥐상 조형물 (뉴시스)


금값이 오르면서 뜻밖의 ‘수혜자’도 등장했는데요. 전남 함평군의 ‘황금박쥐상’이 그 주인공이죠. 2008년 세계 나비·곤충엑스포를 기념해 제작된 이 조형물은 순금 162㎏, 순은 281㎏이 들어간 거대한 금박쥐상입니다. 당시 제작비는 약 28억 원이었죠. 17년이 지난 현재의 순금 시세를 적용하면 가치가 약 360억 원에 달하는데요. 초기에는 ‘혈세 낭비의 상징’으로 비난받았지만, 금값 급등과 함께 ‘전남판 워런 버핏’, ‘비트코인보다 성공적인 투자’라는 평가가 붙었습니다.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문제는 뛴 금값만큼 불안감도 커졌다는 건데요. 최근 들려오는 귀금속 절도 사건도 이를 증폭시켰습니다. 실제로 이 동상은 2019년에는 실제 절도 시도가 있었는데요. 이후 5억 원의 이전비용을 들여 나비축제 전시관으로 옮겼습니다. 두께 3㎝ 방탄유리가 설치된 특별전시관에서 적외선·동작 감지 시스템으로 24시간 보호하고 있는데요. 연간 2100만 원의 보험에 가입해 관리 중이죠.

유럽 주요 박물관들도 일제히 전시물 보안 강화에 나섰는데요. 파리 국립자연사박물관은 도난 사건 직후 광물학 갤러리 임시 폐쇄, 진열장 교체, 경비 인력 증원을 발표했죠. 영국 박물관협회는 “귀금속 유물 보유 기관들이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방탄 진열장, 고강도 경보장치를 도입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폭등의 환호 뒤 금을 지키는 세상은 점점 더 불안해지고 있는데요 안전자산이지만 더는 안전자산이 아닌 아이러니. 뜨거운 금, 여러모로 이 시대의 가장 무거운 금속이 돼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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