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수입 외에 재원없는 현실 자인
혁신만이 미디어 시장 미래 보장해

지난달 23일 카카오톡이 야심차게 대대적인 업데이트를 단행하였다. 기존 메신저 위주의 서비스를 탈피해 다른 SNS들처럼 불특정 다수에게 메시지를 노출시키는 체류형 피드 서비스로 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초기 화면에 친구 탭이 피드처럼 연계되고, ‘지금’이라는 세 번째 탭에서 숏폼들도 탑재하였다. 여러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웠지만 점점 커지고 있는 경영압박을 광고노출 빈도를 늘려 돌파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실제로 발표 직후 증권가에서는 이번 개편을 통해 장기적으로 광고 매출 증대와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표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이용자들의 불만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면서 삽시간에 비관적 전망에 압도되어 버렸다. 연락조차 하지 않고 지내던 친구들의 낯선 일상들이 올라오고, 정작 시급성을 요하는 메신저 서비스 이용은 도리어 더 불편해졌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카카오톡 이용자들의 동기와 기대를 벗어난 것이라 할 수 있다. 다른 SNS들과 달리 카카오톡은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 콘텐츠를 노출하는 매체가 아니라 개인 간의 사적 의사소통 매체 성격이 강하다. 실제로 지난 15년간 카카오톡은 이동통신 문자메시지의 대체재로 성장해 국민 메신저가 되었다. 카카오 스토리 같은 일부 개방형 서비스를 도입하기도 했지만, 대다수 이용자들은 카카오톡을 프라이버시가 보장된 1:1 통신서비스로 인식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매체 이용 동기가 매우 다원적이라는 점이다. 송신자로서 공개하고 싶은 내용과 감추고 싶은 내용을 함께 가지고 있다. 마찬가지로 수신자로서 알고(혹은 보고) 싶은 내용과 숨기고 싶은 내용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즉, ‘표현할 권리와 숨길 권리’ ‘볼 권리와 보지 않을 권리’가 상호 복합되어 다양한 유형의 메시지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이 중에 송신자가 공개하고자 하는 내용과 수신자가 알고 싶어하는 내용이 일치하게 되면, 불특정 다수가 접근할 수 있는 매스 커뮤니케이션 양식이 성립된다. 반대로 노출하고 싶지도 않고 보고 싶지도 않은 내용물은 사적 커뮤니케이션 영역에 속하게 된다. 또한 송신자는 숨기고 싶은데 다수의 수신자들에게 노출되는 프라이버시나 저작권 침해 같은 메시지와 수신자들은 보고 싶지 않은 데 송신자들에 의해 표출되는 반사회적 콘텐츠나 가짜뉴스 같은 것들도 있다.
이번 개편에 대한 이용자들의 불만은 사적 커뮤니케이션 매체로 정착된 카카오톡 서비스를 매스 커뮤니케이션 영역으로 이동하고자 한 것에서 발생한 것이다. 무엇보다 별로 보고 싶지 않은 내용물을 이용자들에게 강제로 노출시키려 했던 것이 문제다. 카카오톡이란 매체에 대한 이용자들의 기대감(expectation)을 크게 벗어나, 플랫폼 미디어의 ‘노출 경제학’ 메커니즘을 도입하려 한 것이다.
이렇게 카카오톡의 과감한 정책 변화 기저에는 결국 이용자들의 노출 빈도에 기반을 둔 광고 수입 외에 별다른 대안이 없다는 절박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즉, 이용자들의 의지와 무관하게 광고물 노출을 강제하는 전통 매체들의 재원확보 방식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안타까운 현실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올 4분기 안에 원상 복귀하겠다는 카카오톡의 약속 실행 가능성 역시 불투명해 보인다. 기술적 이유를 내놓고 있지만 어찌 보면 원래대로 되돌아가서는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더 큰 게 아닌가 싶다. 마치 지난 20년간 유료방송, 인터넷 포털, 모바일, SNS,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에 지속적으로 광고시장을 빼앗기면서, 이제 백약이 무효가 된 전통 미디어들의 모습이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카카오톡의 지금 상황은 재원 고갈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 미디어시장의 암울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