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천피(코스피 5000)’를 목표로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며 매일 새 역사를 쓰고 있는 한국 증시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6시간 30분 시장’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24시간 거래 체제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KRX)는 최근 글로벌 유동성 경쟁 심화와 투자 접근성 개선을 이유로 거래시간 연장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운영되는 정규장이 다양한 투자자의 거래 수요를 충족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번 논의는 단순한 ‘영업시간 확대’가 아닌 한국 자본시장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글로벌 거래소들이 24시간 거래 체계를 구축하며 투자자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한국거래소의 거래시간 연장 논의 역시 글로벌 경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주요 거래소들은 이미 24시간 시장으로의 전환을 가속하고 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은 내년 하반기부터 전일 거래 체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급증하는 아시아 투자자들의 거래 수요를 적극적으로 흡수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도 거래시간 연장을 검토 중이며 홍콩 등 주요 아시아 거래소 역시 관련 논의를 주시하고 있다.
글로벌 거래소 간 경쟁은 이미 ‘시간’을 둘러싼 싸움으로 번졌다. 올해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세계거래소연맹(WFE) 연차총회에서도 ‘24시간 거래’와 ‘결제 주기 단축’이 핵심 의제로 논의됐다. 주요국 거래소 대표들은 유동성 확보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거래시간과 결제 속도를 앞당기는 것이 시장 점유율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부상한다는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외환시장 개방 정책과 맞물리면 자본시장 전반의 국제화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계 시장이 24시간 유동성 순환 구조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흐름에 참여하지 못하면 자금 유입이 줄고 거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문제는 내부 반발이다. KRX 노동조합은 인력 운영 부담과 근무 환경 악화를 우려하며 연장 추진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회원사 간에도 이해가 엇갈린다. 대형 증권사는 해외 투자자 유입을 기대하지만, 중소형사는 비용 증가와 인력 운용 부담을 이유로 신중한 입장이다. 거래 시스템 업그레이드와 서버 확충 등 기술적·비용적 문제도 적지 않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유동성 확대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지만, 준비 없는 시간 확장은 시장 체질 악화를 불러올 수 있다”며 “거래시간만 늘리기보다 시장 구조 개편과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