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하이닉스는 팔고 지수는 산다
투자 전략 ‘리스크 회피형’ 전략

코스피가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개인투자자의 자금 흐름이 ETF(상장지수펀드)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지수 상승 구간에 올라타면서도 개별 종목 리스크는 피하려는 ‘방향성 투자’ 전략이 확산한 결과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대형주 랠리가 이어졌지만 개인은 이들 종목을 되레 팔고 ETF를 매수하며 투자 패러다임 변화를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23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 수급으로 분류되는 금융투자는 6월 이후 유가증권시장에서 9조4707억 원을 순매수했다. 금융투자 수급은 개인이 증권사를 통해 ETF를 거래할 때 잡히는 수급이 상당 비중을 차지한다. 같은 기간 국내 기관 순매수는 1조7860억 원에 그쳤으며 연기금은 1조3320억 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19조8447억 원을 사들이며 코스피 랠리를 이끈 주체로 평가된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금융투자 수급은 곧 개인의 ETF 매수 흐름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과거처럼 개별 종목을 고르는 방식보다 지수·테마 ETF로 시장 방향성만 가져가는 전략이 뚜렷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시장 규제와 예금금리 하락으로 주식시장으로의 머니무브(Money Move)가 속도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기성 자금은 역대 최대 규모로 불어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21일 기준 80조3298억 원으로 한 달 새 5.08%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액도 182조2398억 원으로 7.4% 늘었다. 수급 여건은 견조하지만 자금의 흐름은 개별 종목이 아닌 ETF로 쏠리고 있다.
반면 개인의 직접투자는 위축됐다. 6월 이후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5조7997억 원을 순매도했다. 9월에는 한 달 새 10조4858억 원을 팔아치웠다. 이 같은 흐름은 대표 반도체주에서도 나타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6월 이후 각각 73.6%, 132% 급등했지만 개인은 같은 기간 삼성전자 16조2190억 원, SK하이닉스 9370억 원을 각각 순매도했다. ‘올라도 팔고 본다’는 심리가 강하게 작동했다는 의미다.
시장에선 이를 두고 개인의 투자 전략이 ‘종목 리스크 회피형’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해석한다. 고점 부담과 차익 실현 수요가 여전히 남아 있는 데다 기업 실적 변동성 우려까지 겹치면서 개별 종목 투자는 주저하지만, ETF를 통해 시장의 상승 흐름만큼은 포기하지 않는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이 연구원은 “정부의 배당 확대 정책과 증시 활성화 정책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배당 ETF·코스피 ETF 매수가 꾸준했다”며 “최근 개인의 ETF 투자는 안정적 분산투자라기보다 ‘시장 베팅형’ 성격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