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모펀드(PEF) 업계를 대표하는 협의체가 새로운 수장을 맞았다. 박병건 대신프라이빗에쿼티(PE) 대표가 22일 PEF운용사협의회 신임 회장으로 공식 취임했다. 그는 “이제 PEF가 단순히 자본을 공급하는 존재를 넘어, 산업 생태계의 성장 파트너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라며 ‘투명하고 따뜻한 금융’을 강조했다.
박 회장은 서울대 제어계측공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MBA를 마친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기술 기반 엔지니어 출신으로 금융·투자 영역까지 확장한 인물은 업계에서도 드물다.
그는 이날 취임사에서 “IMF 외환위기 이후 국가 기간산업이 외국자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도입된 국내 자본 중심의 PEF 제도가 20여 년간 한국 경제의 성장 축으로 자리 잡았다”며 “그 기반 위에서 이제는 산업과 사회의 신뢰를 함께 회복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최근 일부 사모펀드 운용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로 업계 전반의 신뢰가 흔들린 점을 언급하며, 업계를 대표하는 인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박 대표는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일은 업계를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송구하다”며 “이제는 단순히 수익률을 추구하는 자본이 아니라, 투명하고 책임감 있는 자본, 따뜻한 금융으로 거듭나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협의회가 앞으로 나아갈 구체적 실천 과제도 제시했다. 박 대표는 “PEF 업계 차원에서 사회적 책임투자(SRI)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협의회 내 관련 위원회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ESG와 사회적 가치 창출, 산업의 건전한 성장에 이바지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어 “PEF 산업이 국가 경제의 중요한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은 만큼, 사회의 요구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신뢰받는 투자 문화 정착에 앞장서겠다”며 “업계의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면서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조직의 역할과 구조를 재편하고 정부, 투자자,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박 회장이 협의회장에 오르는 시점은 사모펀드 업계로선 녹록지 않다.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매각 추진 과정에서 PEF는 수익만 추구한다는 부정적 여론이 확산했다. 여기에 일부 사모펀드의 부실 운용과 불투명한 투자 구조로 인해, 산업 전반이 PEF는 ‘먹튀(먹고 튄다)’는 인식에 직면해 있다.
이에 대해 박회장은 “산업적 관점에서 PEF의 제도적 역할을 강화하고,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는 실질적 정책 파트너로 협의회를 만들겠다”며 “이제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산업과 함께 성장하는 제2의 PEF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PEF운용사협의회는 그간 개별 운용사 간 의견을 교류하는 협의체 성격에 머물렀지만, 앞으로는 금융당국과 공식 협의 창구인 ‘협회’ 성격으로 격상될 예정이다. 정치권에서는 사모펀드에 대한 관리 강화와 더불어 운용사 자율규제, 투자자 보호 가이드라인 정비를 추진 중이며, PEF협의회는 그 중심에서 가교 역할을 하게 된다.
박 회장은 “국민의 신뢰 속에서 서 한국 자본시장의 미래를 함께 열어가는 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투명하고 책임 있는 운용문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성장, 그리고 신뢰받는 투자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협의회의 사명”이라고 다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