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이달 중 오픈AI와 공동 개발한 ‘챗GPT 포 카카오’, 온디바이스 AI ‘카나나 인 카카오톡’ 등을 출시해 슈퍼앱으로 전환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카카오가 선보일 서비스는 단순한 대화형 챗봇이 아니라 메신저 자체를 AI 플랫폼으로 확장해 사용자의 대화 맥락 속에서 쇼핑·콘텐츠·금융 등 다양한 서비스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AI 포털’ 전략의 핵심 축이다.
카카오톡에 챗GPT를 탑재하는 챗GPT 포 카카오와 이용자가 도움이 필요한 순간 먼저 다가가 일정 관리, 정보 안내, 장소·상품 추천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나나 인 카카오톡이 실제 시장에 안착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기술적·서비스적 과제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변수는 ‘할루시네이션(환각)’과 맥락 인식 정확도다.
최병호 고려대 인공지능연구소 교수는 “챗GPT가 영어 기반 사고를 바탕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한국어의 다의어와 고맥락 구조를 완벽히 번역하거나 해석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화가 깊어질수록 할루시네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특히 메신저 환경의 특성상 맥락 압축과 단편적 대화 패턴이 오히려 AI에 더 높은 난도를 요구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메신저는 짧은 문장과 생략된 문맥이 많아 AI가 개입하는 타이밍이 조금만 어긋나도 사용자 불편감이 급격히 커진다”며 “이런 복잡한 대화 구조를 감당할 수 있느냐가 서비스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AI 에이전트가 ‘언제’ 등장하느냐가 가장 어려운 문제”라며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 순간 개입하면 오히려 거부감을 주고 반대로 사용자가 필요할 때 너무 늦게 반응해도 실패할 수 있다”며 과거 마이크로소프트가 워드 프로그램에 도입했던 캐릭터형 비서 ‘클리피’ 사례를 언급했다. 클리피는 사용자의 편의를 돕겠다는 의도로 출시됐지만 오히려 도움보다는 불편함을 초래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시장에서 사라졌다.
최 교수는 “결국 AI가 등장하는 빈도, 속도, 방식 모두 세밀하게 설계돼야 하며 수천 가지 시나리오를 얼마나 완벽히 커버할 수 있느냐가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 난제”라며 “이를 해결한다면, 카카오톡은 기존 포털과 검색 플랫폼을 흡수할 정도의 ‘초대형 대화 플랫폼’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카오가 방대한 서비스 데이터와 이용자 기반을 보유하고 있어 자체 AI 모델이 완성될 경우 해외 시장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평가다. 카카오는 모빌리티·금융·커머스·콘텐츠 등 그룹 전반의 데이터를 통합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는 만큼 카카오의 슈퍼앱 전환이 성공할 경우 기존 빅테크 질서를 재편하고 글로벌 플랫폼 경쟁의 흐름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최 교수는 “카카오가 자체 AI 모델을 확보해 그룹 전반의 데이터를 결합한다면 해외 시장에서도 ‘날아다닐 수준’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며 “라인이 일본을 장악했듯 카카오는 유럽 등 해외에서 메신저 포털 모델로 글로벌 판도를 바꿀 잠재력이 크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카카오의 AI 전환이 단순히 기업 경쟁력 강화를 넘어 국내 AI 생태계에도 긍정적 파급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AI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면 국내 AI 개발자와 기업들도 함께 성장할 수 있어 시장이 전반적으로 확대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