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채무 확대로 달러강세 제한적
관세 압박 원활한 타결 여부 관건

환율 시장이 다시 불안해지고 있다. 하반기를 여는 지난 7월 초 달러당 1350원까지 내려갔던 원화 환율은 최근 1400원을 넘어서 석 달 사이에 6%나 올랐다. 최근 원화의 약세 뒤에는 글로벌 달러의 강세흐름이 있었다. 국가부채 문제와 정치불안이 불거진 프랑스와 내년에 당장 국채이자 지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알려진 일본의 엔화가치 하락 등이 그 배경이다. 게다가 미·중 관세협상이 여전히 난항 중에 있고 세계자본이 공장을 짓기 위해 미국으로 계속 향하고 있다는 점도 강한 달러를 돕는 배경이다.
이러한 나라 밖 요인들과 함께 우리 경제 자체의 약점도 원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즉 미국의 3500억 달러 규모의 현금 투자 압박과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종결되지 않은 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는 와중에 실제로 최근 우리 수출경기의 부진세가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중 우리 수출은 전년 대비 16.8% 늘었지만 지난해 9월 추석 연휴로 인해 올해 통관일수가 4일이나 많은 점을 고려하면 기저효과로 인한 왜곡이 크다. 실제 9월 중 일평균 수출액은 작년보다 6.1%나 줄었고 관세 영향으로 최근 대미 수출의 부진세도 뚜렷하다. 따라서 환율이 조속히 안정되려면 우선 통상 관련 불확실성이 줄고 반도체를 비롯한 수출경기 쪽에서도 좋은 소식이 필요하다. 미·중 간 관세 이슈 또한 곧 봉합돼야만 세계경기 전반의 위험이 줄고 글로벌 달러강세도 주춤해질 것이다.
이처럼 환율시장을 둘러싼 워낙 다양한 변수들로 인해 누구도 단언하긴 어렵겠지만 그래도 향후 달러가 일방적으로 치솟을 가능성이 낮은 이유가 여럿 있다. 다소 비논리적인 추론이긴 하지만 미국이 한국에 원하는 투자 규모와 방식이 너무 터무니없고, 157%로 예고된 중국의 대미 관세율 또한 도저히 지속될 수 없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즉 현재의 정황은 역설적으로 터닝포인트가 빨리 올 수 있음을 시사한다. 10월 10일 이후 미국과 중국이 관세와 관련해 주고받은 원투 펀치는 가히 점입가경인데,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규제하자 미국이 관세율을 바로 100% 올렸고, 중국이 대두 수입을 제한하자 미국이 곧바로 식용유 수입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놨다. 하지만 양국 모두 폭탄 발언 이후에 하루도 채 안 돼 이를 수습하는 유화적 제스처가 반복됐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판을 깨지 않으면서 서로가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가 역력하다.
한편 미국경제가 아직 약하지 않아 안전통화(달러)에 대한 수요가 제한적이고 미 연방준비제도가 내년까지 금리를 추가로 내릴 것이란 전망도 달러강세에 힘을 빼는 요소다. 즉 미국의 금리인하 속도나 방향성이 유로존이나 일본 등 상대국과 다르다는 점은 슈퍼 달러에 제동을 걸 만한 핵심 요인이다. 여기에 트럼프 정부의 새로운 예산안(OBBBA)이 중장기로 미국의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를 계속 키우는 방향에 놓여 있기에 달러에 대한 신뢰가 예전 같지는 않다는 사실이다. 이는 세계 투자자들의 달러 수요를 제한하고 금을 계속 선호하게끔 만드는 요인이다.
결론적으로 우리에게는 대미 투자와 관련된 불확실성의 해소 여부가 환율시장의 가장 큰 변수이긴 하지만 시장의 우려만큼 달러가 폭주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현대 문명사회에서 세계 10위 경제권의 국가를 단번에 외환위기로 몰고 갈 정도로 패권국의 실력행사가 실현될 가능성은 극히 낮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정리되면 최근 한국 국채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과 주주가치 개선을 겨냥한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 행진이 환율 안정 요인으로 부각되면서 환시장 전체의 기류에 변화를 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