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의 글로벌 매출 비중은 2021년 10.7%, 2022년 20.6%, 2023년 19.5%, 지난해 20.8%. 4년째 제자리걸음이다. SM엔터 인수전의 후폭풍과 해외 콘텐츠 철수, 사업 구조조정 속에서 ‘글로벌 카카오’는 멀어졌다. 김범수 창업자가 2022년 내세운 “2025년 해외 매출 30% 달성”의 약속은 절반도 이행되지 못한 채 정체돼 있다.
그러나 지금이야말로 판을 뒤집을 마지막 기회다. 카카오는 이르면 금주 오픈AI와 협업한 결과물인 ‘챗GPT 포 카카오톡’을 선보일 예정이다. 카카오톡 대화창에서 챗GPT를 불러 쓰고 에이전트 연결을 통해 카카오맵·선물하기·톡캘린더·멜론은 물론 외부의 다양한 파트너와도 연동된다. 국민 메신저 안에서 글로벌 AI와 대화하는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이와 함께 보안성을 강화한 온디바이스 기반 AI 서비스 ‘카나나 인 카카오톡’도 공개될 예정이다. 해당 서비스는 이용자의 대화 맥락을 이해해 먼저 카톡을 보내 일정 관리, 정보 안내, 예약, 상품 추천 등 일상 전반을 돕는 AI 비서로 작동한다. 외부 서버를 거치지 않고 단말기 내에서 연산이 이뤄지는 자체 모델 ‘카나나 나노’를 기반으로 카카오가 독자 AI를 서비스 중심에 투입하는 첫 실험이다.
이 같은 시도는 오픈AI 같은 글로벌 AI 사업자들도 아직 구현하지 못한 모델이다. 단일 플랫폼 안에서 대화형 AI와 콘텐츠·결제·지도·예약이 동시에 연결되는 구조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카카오가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이유는 5000만 명이 사용하는 압도적인 메신저 인프라, 방대한 서비스 데이터, 그리고 초대형 트래픽을 견디는 시스템 운영 역량을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카카오의 과제는 단순한 AI 경쟁이 아니라 ‘내수의 감옥’을 깨는 일이다. 카카오는 플랫폼 자체를 AI화하며 새로운 성장 방정식을 써야 한다. 오픈AI·구글·앤트로픽이 모델 중심 전략으로 세계를 재편하는 지금 카카오가 국내 서비스 개선에만 머문다면 다시 뒤를 쫓는 신세로 전락할 것이다.
카카오가 지금 이 변곡점에서 주저한다면 과거의 혁신은 역사의 각주로만 남을 것이다. 하지만 이 AI 전환기를 다시 붙잡는다면 ‘비욘드 코리아’는 미완의 꿈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 김범수 창업자가 시작한 그 문장을 이제 카카오가 AI로 완성해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