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태양광 기업은 美 진출 한창…중국산 규제 반사이익 노려
“美 신재생 투자 위축 영향 미미…韓 기업 영향 적을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화석 연료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강화하면서 태양광 산업 배제를 본격화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태양광 기업들은 미국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는 모양새다. 업계는 트럼프 행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 기조가 단기적으로 불확실성을 키울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16일 미국 태양광산업협회(SEIA)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미국에는 8100개 이상의 태양광 프로젝트가 등록돼 있다. 총 설비 용량은 339GWdc(직류 기준 기가와트) 이상으로 집계됐다. 이는 1.4GW급 대형 원전 약 242기 분량에 해당하는 규모다. 현재 건설 중이거나 개발 단계에 있는 대형 태양광 프로젝트는 158GWdc 규모 이상으로 조사됐다.
미국 내 태양광 발전이 급증한 것은 인공지능(AI) 산업의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건설이 늘어난 영향이다. AI 산업에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자, 신재생에너지 전력을 확보하는 움직임이 필수가 된 셈이다. 심지어 미국 주택용 태양광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며 시장 전반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국내 주요 태양광 기업들은 앞다퉈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한화솔루션은 미국 조지아주에 태양광 생산거점 ‘솔라 허브’를 건설 중이다. 텍사스주에 셀 생산 공장을 건설 중인 OCI홀딩스는 최근 베트남 웨이퍼 공장 ‘엘리트 솔라 파워 웨이퍼’의 지분 65%를 인수하며 미국에 태양광 웨이퍼를 수출하기 위한 기회를 마련했다. 이곳에서 '비 금지외국기관'(Non-PFE) 태양광용 웨이퍼를 생산하면 미국 수출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삼성물산 상사부문도 미국 내에서만 100여 건의 태양광 개발 건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총 22~23GW에 달하는 규모다.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국 최대 태양광 프로젝트인 ‘에스메랄다 7’ 심사를 중단시켰다. 신재생에너지 대신 석탄과 천연가스를 중심으로 한 화석연료 산업을 강화하겠다는 그간의 발언을 실제 행동으로 현실화한 셈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풍력이나 농민을 파괴하는 태양광을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풍력과 태양광 발전에 대해 “세기의 사기극”이라는 강경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7월에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이 통과하면서 태양광과 풍력 프로젝트에 대한 세액공제가 2027년 조기 종료될 예정이며, 발전 설비에 보조금 지급도 한층 까다로워졌다. 여기에 추가 행정 명령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미국 내 태양광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런데도 국내 태양광업계가 미국 진출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중국이 태양광 시장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기업들의 글로벌 태양광 시장 점유율은 80%에 달한다. 반면 미국은 중국산 태양광 제품을 규제하고 있어 한국 기업의 진출이 유리하다.
국내 태양광업계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가 사업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단기적인 불확실성은 키울 수 있지만, 사업에 실질적으로 끼칠 영향은 적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는 취임 전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던 만큼 이미 대비를 하고 있었다”며 “시시각각 변했던 관세처럼 정부 방침이 언제든 바뀔 수 있어 발언 하나하나에 대응하기보다 장기적 차원의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장에 새로 진입하려는 기업과 투자사는 단기적으로 위축될 수 있으나, 현재 진행 중인 태양광 사업은 연방 정부 부지가 아닌 주정부 단위로 진행되는 것이 대다수라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가 국내 에너지 산업에 혼란을 부추긴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련 전문가는 “미국의 정책 후퇴로 국제 에너지 시장이 석탄·석유·가스 중심으로 재편되면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탄소중립 로드맵과 국내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투자 계획에는 차질이 불가피해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일단 한국은 새 정부가 기후 정책에 우호적이어서 당장은 일부 리스크 상쇄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