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WTO가 달라질 거라는 허상

입력 2025-10-16 05: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고대영 국제경제부 기자

지난달 세계 2강 중국이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하고 세계무역기구(WTO)로부터 받아오던 특혜를 모두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다. 다자간 무역의 중심에 서겠다는 점을 어필하는 동시에 중국 편만 든다며 WTO 체제 종식을 선언한 미국을 대신해 WTO 개혁에 앞장서겠다는 메시지였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WTO 행보를 보면 중국이 개도국을 포기하는 것만으로 이들이 달라질 것이라는 생각이 안 든다.

WTO가 이달 발표한 분석 보고서를 들여다봤다. 내년 전망이 어둡다면서도 올해 상반기 세계 무역 활동이 급증한 것을 핵심 내용으로 적었다. 급증한 배경에 미국 관세 인상에 앞선 북미 수입 급증과 기타 지역 간 활발한 교역을 꼽았다. 그러면서 첫 번째 챕터를 상반기 성장 동력을 분석하는 데 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공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면 그나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미국의 관세가 확정되고 곳곳에서 관세 분쟁으로 인한 경제성장 둔화를 경고하며 국가별로 힘든 협상을 치르는 현재 마치 강 건너 불구경하듯 적어놓은 보고서는 WTO가 얼마나 불필요한 조직인지 보여준다. 지금으로선 그저 리서치 회사에 지나지 않는다.

본인들이 공식 홈페이지에 써놨듯 국가 간 무역 규칙을 다루는 유일한 국제기구라면 예방 능력까진 없다 해도 적어도 현재 벌어진 상황을 직시하고 해법이나 대안을 강구하는 노력은 보여야 한다. 분쟁 최종심을 담당하는 상소 기구가 수년째 마비되면서 사실상 분쟁 조율조차 제대로 못 하는 것을 고려하면 적어도 기구가 작동한다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WTO가 역할을 하지 못해 보호무역주의가 부상했다는 지적이 나온 지도 한참이다.

지난달 말 미국 관세와 관련해 답답한 마음에 WTO 관계자에게 물었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 이러는 건 문제 있는 게 아니냐고. 답은 예상대로였다. “우린 원칙적으로 회원국의 구체적인 조치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그 조치가 제안만 한 것이든 실제 이뤄진 것이든”. 그러면서 문제를 해결하고 싶으면 자신들이 운용하는 분쟁 해결 절차를 개시하라고 했다. 최종심도 못 열면서.

“이번 성과는 WTO가 우리 시대의 긴급상황에 대응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2022년 6월 코로나19 의약품 접근성 향상 등을 담은 이른바 ‘제네바 패키지’ 합의 후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사무총장이 자랑하듯 한 말이다. 그에게 묻고 싶다. 지금은 긴급상황 아닌지.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쯔양·닥터프렌즈·닥터딩요와 함께하는 국내 최초 계란 축제 '에그테크코리아 2025' 개최
  • 달러가 움직이면 닭이 화내는 이유?…계란값이 알려준 진실 [에그리씽]
  • 정국ㆍ윈터, 열애설 정황 급속 확산 중⋯소속사는 '침묵'
  • ‘위례선 트램’ 개통 예정에 분양 시장 ‘들썩’...신규 철도 수혜지 어디?
  • 이재명 대통령 직무 긍정평가 62%…취임 6개월 차 역대 세 번째[한국갤럽]
  • 겨울 연금송 올해도…첫눈·크리스마스니까·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해시태그]
  • 대통령실 "정부·ARM MOU 체결…반도체 설계 인력 1400명 양성" [종합]
  • ‘불수능’서 만점 받은 왕정건 군 “요령 없이 매일 공부했어요”
  • 오늘의 상승종목

  • 12.05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37,350,000
    • -1.06%
    • 이더리움
    • 4,725,000
    • -0.32%
    • 비트코인 캐시
    • 857,500
    • -2.78%
    • 리플
    • 3,118
    • -3.5%
    • 솔라나
    • 207,900
    • -2.49%
    • 에이다
    • 657
    • -2.09%
    • 트론
    • 427
    • +2.64%
    • 스텔라루멘
    • 376
    • -0.53%
    • 비트코인에스브이
    • 30,970
    • -1.43%
    • 체인링크
    • 21,220
    • -1.85%
    • 샌드박스
    • 221
    • -3.07%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