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서울 핵심지역 아파트 가격도 모두 하락하였고, 국토연구원의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82.1이었다. 이후 2023년 1월부터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의 아파트 매매시장은 서서히 상승하다가 2025년 들어 그 상승폭이 확대되었다. 그러나 2021년 10월과 비교해보면, 서울 도심권과 동남권만 전고점을 뛰어넘었고, 전국적으로는 2021년 10월 전고점을 회복하지 못하였다.
현재 주목할 부분은 서울 일부지역의 상승세가 주변지역과 수도권으로 확대되는 사이클로 접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불과 3년 사이 시장환경이 달라진 점이 무엇일까? 금리가 원인으로 지목될 수 있지만, 2022년 5월까지 금리는 3%대로 현재와 동일한 수준이었고, 준공물량도 2022년 서울은 3500가구, 수도권은 19만5000가구로 최근 4년 중 제일 공급물량이 적었다. 그럼에도 강남아파트가격은 하락했고 주택소비심리는 폭락했었다.
이론적으로 주택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하여 결정된다. 여기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요인들로 인해 주택가격사이클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러한 사이클의 주기가 변하고 있다. 이론이나 모델로 설명하기 어려운 새로운 현상들이 관찰되고 있다.
원인을 나름대로 해석해보면, 첫째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집중이다. 제도적으로 다주택자를 불리하게 만드는 세제정책이 특정지역에 집중도를 높이고 있다. 둘째는 서울, 특히 강남 불패에 대한 믿음이다. 이는 한강변 아파트까지 확대되어 가고 있다. 셋째는 화폐가치 하락에 대한 두려움이다. 건설원가 상승, 고령화로 인한 지방주택시장에 대한 불신 등과 겹쳐 수도권 주택시장에 대한 투자수요가 커지고 있다.
이런 원인들은 근본적으로 투자를 통해 수익을 보겠다는 심리보다 손실을 보지 않겠다는 ‘손실회피성향(Loss Aversion)’이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주택을 여러 개 가지고 있어도 수익보다는 손실이 커져갈 것이라는 생각, 강남이나 한강변 아파트는 수요가 지속될 거라는 생각, 지방아파트는 인구감소로 매각이 힘들 거라는 생각, 유동성 확대로 화폐가치가 점점 더 하락할 거라는 생각 등….
카너먼과 트버스키(Kahneman and Tversky, 1979)가 제시한 ‘전망이론(Prospect Theory)’에 의하면, 동일한 크기의 이익과 손실이 주어졌을 때, 사람은 손실에서 느끼는 고통이 이익에서 느끼는 기쁨보다 훨씬 큰 경향이 있다. 즉, 서울아파트에 투자하지 못했을 때 느끼는 손실감이 투자했을 때 느끼는 기쁨보다 더 클 수 있다. 이러다 보니 영끌을 해서라도 상승기에 서울아파트를 구매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볼 때 주택시장은 공급정책만이 능사는 아니다. 공급물량을 맞추려는 정책보다 주택시장의 불안한 심리를 안정시키는 명확한 목표설정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서울수준의 기반시설과 교육여건을 갖춘 도시, 즉 도시 간 균형발전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또한, 인구변화가 시장의 악재가 아닌 또 다른 산업적 기회여야 한다. 무엇보다 주택시장 참여자 간에 상대적 손실감을 느끼지 않도록 지역 간 격차를 줄이는 정책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