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가을장마’, 언제까지 오나요? [해시태그]

입력 2025-10-14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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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을장마 기간과 원인 분석


(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짧게는 7일, 길게는 10일의 추석 황금연휴. 이 기나긴 연휴를 채운 건 다름 아닌 비였는데요. 단 하루를 제외하고 전국 대부분 지역에 내린 비로 맘껏 즐기지 못했죠. 아쉬운 ‘쉼’의 여파는 일상으로 돌아와서도 이어졌는데요. 추적추적 내린 비와 함께 말이죠.

14일 한반도의 하늘은 여전히 비구름에 덮여 있습니다. 흐림 또는 비의 연속이죠. 출근길 시민들은 젖은 신발을 털며 한숨을 내쉬는데요. 기상청은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비가 내리고 특히 강원 영동 중남부에는 시간당 20㎜ 안팎의 강한 비가 내리겠다고 예보했습니다.

지역별 예상 강수량은 강원 영동 50~100㎜, 많은 곳은 120㎜ 이상, 경기 남부·강원 영서·충청·전북 20~70㎜, 영남 20~60㎜, 서울·인천·광주·전남 10~50㎜, 제주는 5~40㎜인데요. 수도권과 강원 지역은 이미 사흘째 비가 내리고 있죠.


(조현호 기자 hyunho@)
(조현호 기자 hyunho@)


이처럼 추석 연휴부터 이어진 비는 10월 중순까지 그칠 기미가 없어 보이는데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최근 한 달간 누적 강수량은 370.8㎜로, 평년 같은 기간(101.5㎜)의 3.5배에 달하죠. 기상관측망이 전국에 확충된 1973년 이후 같은 시기 기준으로 가장 많은 강수량입니다.

서울에서는 지난달과 이달 비가 0.1㎜ 이상 내린 날이 20일. 평년 가을(9~11월) 전체 강수일수 22.6일에 거의 근접했는데요. 절반의 가을이 지나기도 전에 이미 ‘가을 한 철치고 충분히 온 비’가 내린 셈이죠.

이례적 폭우라기보다 정체전선이 오랜 기간 머물면서 비가 잦아진 결과인데요. 단기간 집중호우와는 다른 양상이죠. 바로 전형적인 전선형 장기 강수, ‘가을장마’입니다.

북쪽의 차고 건조한 공기와 남쪽의 고온다습한 공기가 충돌하면서 한반도 부근에 정체전선이 형성됐는데요. 산둥반도 부근에서 발달한 저기압이 그 위를 따라 이동하며 지속적인 비구름대를 만들어내고 있죠.

핵심은 북태평양고기압이 물러나지 않았다는 겁니다. 보통 이 고기압은 8월 말이면 약해지지만, 올해는 10월 중순까지 한반도 남쪽에서 세력을 유지 중이죠. 이로 인해 따뜻한 수증기가 계속 한반도로 공급되고 북쪽에서 내려온 찬 공기와 맞부딪치며 전선을 붙잡아 두고 있는데요. 여름철 장마와 달리 유입되는 공기에 수증기량이 많지 않아 강수량은 적지만 강수일수가 긴 우중충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조현호 기자 hyunho@)


이날 KBS대전 생생뉴스에 출연한 김해동 계명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는 “90년대 말부터 여름 장마 기간은 짧아지고 가을장마 기간이 길어지며 내리는 비의 양이 많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며 “올해는 그 흐름이 특히 뚜렷하게 드러난 해다”라고 평했는데요. 김 교수는 기단의 힘의 균형이 바뀐 것이 핵심이라고 짚었죠.

그러면서 길어진 가을장마는 이제 ‘뉴노멀’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는데요. 조사에서도 최근 30년(1991~2020년) 평균 강수 분포를 보면 장마의 주 강수 시기가 점차 7월에서 9월로 늦춰지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죠. 장마의 계절이 ‘밀리고’ 있는 겁니다.

실제로 2019년 9월 하순,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2주 넘게 비가 내렸죠. 당시도 가을철 정체전선의 영향, ‘가을장마’라고 공식 분석했는데요. 2021년에도 같은 일이 있었습니다. 기상청 AWS(자동기상관측시스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울과 경기 남부 지역은 가을장마 기간(8월 22일~9월 8일) 동안 150~200㎜의 비가 내려 여름 장마철(110~130㎜)보다 많았죠.

강원 영동과 충남 북부 지역도 가을장마 동안 200㎜ 안팎의 누적 강수량을 기록했는데요. 두 해 모두 북태평양고기압이 평년보다 서쪽으로 확장되며 정체전선이 장기간 한반도 인근에 머문 공통점이 있죠. 이런 가을 강수는 기단 간의 충돌이 길어진 결과로, 기후변화로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면서 이 현상은 점차 잦아지고 있습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조현호 기자 hyunho@)


기상 전문가들은 한 해에 두 차례 강수 집중기가 나타나는 이른바 ‘투 피크(two-peak)’ 현상이 뚜렷해졌다고 말하는데요. 예전에는 6~7월 장마가 끝나면 가을까지 뚜렷한 건기가 이어졌지만 최근에는 9~10월 또 한 번의 긴 비구름이 찾아오고 있죠. 즉, 여름 장마에 한 번, 가을에 다시 한 번 ‘두 번째 장마’가 오는 건데요.

여름에 이어 가을까지 해수면 온도가 높아 수증기 공급이 멈추지 않는 상태. 이는 단기적인 변덕이 아니라 장기적 기후 패턴 변화의 신호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이번 가을장마는 이번 주 내내 이어질 전망인데요. 14일 오후부터 비는 잦아들겠지만 15일부터는 우리나라 서해상에서 기압골이 접근해오면서 다시 전국에 비가 내립니다. 17일은 수도권·충남·호남권을 중심으로 비가 오고 18일에는 다시 전국적으로 비가 예보됐는데요. 이후 대륙 고기압이 확장으로 물러날 예정이죠. 19일 이후에는 북쪽에서 찬 공기가 내려와 전국적으로 기온이 급격히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 고이란 기자 photoeran@)
( 고이란 기자 photoeran@)

( 고이란 기자 photoeran@)
( 고이란 기자 photoeran@)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주중 24~25도를 유지하다가 주말 이후에는 15도 안팎으로 내려갈 것으로 예보됐는데요. 중부 내륙은 아침 기온이 5℃까지 떨어져 체감상 초겨울 같은 쌀쌀함이 예상됩니다. 거기다 바람도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가 더욱 낮아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기상청은 “다음 주 초 중부내륙을 중심으로 아침 기온이 5도 안팎, 낮 기온이 15도 안팎으로 낮아지겠으니 급격한 기온변화로 인한 건강관리에 유의해달라”고 당부했죠.

지겨운 가을장마 끝 찾아올 화창한 가을 날씨는 단 2주가 될 전망인데요. 결국, 올해의 가을장마는 새롭다기보다, 앞으로 더 자주, 더 강하게 나타날 현상의 예고편과 같죠. 기후변화로 인한 계절 전환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는 요즘. 지독한 가을장마는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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