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 ‘칩 속의 나’를 지켜라

입력 2025-10-13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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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섭 한국원자력학회 사무총장/과학칼럼니스트

인공지능과 휴머노이드 로봇이 활약하는 미래를 꿈꾸다가 수시로 터지는 정보 보안 사고에 현실로 돌아오곤 한다. SKT는 유심정보를 누출하여 새 유심으로 바꾸어 주었고, KT는 낡은 중계기를 방치하여 소액결제를 보상했고, 롯데카드는 웹서버 갱신을 놓쳐 고객거래 정보를 누출했다.

해커들은 오래 잠복하며 조금씩 탈취한 정보로 짜깁기했는지 사고 조사위원회도 침투경로를 쉽사리 단정하지 못한다. 재발을 방지하려면 대충 덮고 갈 수가 없으니 난감하다. 소프트웨어 개발 경험이 있지만 생소한 펨토셀, BPF백도어가 훈수를 막는다. 질병이나 산재도 정상 행동에 대비하여 설명하듯이 사이버 사고도 통신이론을 정확히 파악해야 가능하다.

통신은 발신자와 수신자 간 신호전달이다. 멀리 떨어져 있으니 소리 대신 전기신호나 광신호를 보낸다. 신호는 멀어질수록 감쇠하므로 중간에 펨토셀 같은 신호 증폭기를 설치한다. 수발신 자가 곳곳에 있어 일대일 통신 대신 통신선을 공유한다. 집안에서 출발한 신호는 공동 통신선을 타고 최단 경로로 이동하다 수신자 인입선으로 들어간다.

통신 경로는 자동차 추천 경로와 유사하지만 사람 개입이 전혀 없을 정도로 신뢰성이 높다. 통신이론은 7개 계층으로 구성된다. 제1계층은 구리 선이나 광 섬유층으로 신호를 전달 및 증폭하는 기능이고, 제2계층은 제1계층의 신호 오류를 교정하고 흐름을 조절한다. 교통에 비유하면 제1계층은 도로이고, 제2계층은 교통신호이다. 다른 계층도 기발한 아이디어가 숨어 있지만 건너뛰고 최상위인 제7계층은 홈페이지와 같은 응용 앱들이다.

7개 계층 중에 하나라도 일탈하면 사이버 보안사고가 발생한다. 만일 도로보수 작업자가 차량을 검문하거나 교통신호등에 사람 인식용 카메라를 달면 위법이듯이 말이다. 펨토셀도 신호만 증폭해야지 신호를 탈취하면 위법이다. 일탈의 방식은 다양하다. 통신기기를 유지 관리하는 책임자도 달콤한 소식에 유혹되어 자기도 모르게 웹셀 같은 악성코드나 바이러스를 심는다. 윈도처럼 복잡한 소프트웨어는 태생적으로 결함이 있으니, 패치를 달고 산다.

다양한 수신자 중에서도 ‘칩 속의 나’는 각별하다. ‘칩 속의 나’는 금융기관, 정부, 통신사에 회원으로 가입된 나이다. ‘칩 속의 나’는 엄격하게 관리된다. 증빙자료 없이 혼인신고 출생신고도 불가능하다. 상대방도 현존재보다 ‘칩 속의 나’를 더 신뢰하여 주민등록초본을 요구한다. 나를 빙자한 자들이 노리므로 나도 ‘칩 속의 나’를 쉽게 만날 수 없다. 암호만이 ‘칩 속의 나’를 만나는 통로이다. 암호화된 신호는 원론적으로 안전하다. 감청자도 숫자, 영문자, 특수문자로 조합된 암호를 풀 수가 없다. 암호의 부작용은 개인에겐 망각이고 통신에겐 지연이다. 초창기 장비는 암호를 지원하지 못할 수도 있다. 더 안전한 사이버 거래를 원하면 사용 기기까지 지정하는 2단계 인증을 적용해도 괜찮다.

오늘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10에 대한 지원을 종료하는 날이다. 우리 집 컴퓨터는 펜티엄이라 원도11을 깔 수가 없어 CPU(중앙처리장치)를 업그레이드했다. 딸려온 원격지원 소프트웨어도 지웠다. 사이버 도발은 피할 수 없으나 방어 수준은 높일 수 있다. ‘칩 속의 나’를 지키면서 문명을 향유하려면 백신을 컴퓨터에 깔고 보안 의식으로 맘을 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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