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여파 본격화 땐 美 소비 약화·성장률 둔화
전 세계 부채, 338조 달러로 사상 최대
IMF 총재 “AI 열풍, 닷컴버블 당시와 비슷”

세계 경제는 1930년대 이후 가장 강력한 미국발 관세 폭탄을 맞으면서도 지금까지 잘 버텨왔다. 미국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계속됐고 기업들이 비용 증가분을 흡수했다. 또 인공지능(AI) 붐이 투자자들의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을 자극하며 시장을 지탱한 덕분이다.
하지만 이 기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주 중국산 제품에 대한 대규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면서 세계 경제에 또 다른 충격을 예고했다. 여기에 가파르게 늘어나는 각국 정부 부채와 기술주 과열이라는 ‘잠재적 시한폭탄’까지 겹치며 위험이 증폭되고 있다.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이자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비상주 선임연구원인 카렌 다이넌은 “이러한 회복력은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지속가능성은 작다”며 “세계 경제는 둔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관세의 여파가 아직 본격화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단기적으로는 충격이 제한적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미국 소비를 둔화시키고 세계 경제에도 파급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네이선 시츠 씨티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아직 한 발 남았다”며 “관세의 영향이 점차 심화하면서 미국 소비와 수입 수요가 더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세계 경제 성장률이 하반기 2% 미만으로 둔화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스티븐 젠 유리존 SLJ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과거 사례를 근거로 “관세 충격이 소비를 약화시키고 미국 성장률을 0%대로 끌어내리는 데 약 6~8분기(1년 반가량)가 걸릴 수 있다”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번 관세 충격은 한꺼번에 덮친 쓰나미가 아니라 여러 차례 걸쳐 나눠 맞는 완만한 충격으로 분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 거품에 대한 경계심도 커지고 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최근 연설에서 “현재 기업 가치 평가 수준은 25년 전 닷컴버블 당시와 유사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급격한 조정 국면이 발생할 경우 금융 여건이 악화하면서 세계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취약점이 드러나며 특히 개발도상국이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버블이 실제로 꺼지면 미국 경제가 서서히 침체로 향하고,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이 기준치인 2.5%보다 낮은 2%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알렉시스 크로우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AI 열풍이 반드시 장기 성장 동력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며 “이 투자 붐이 생산성의 지속 가능한 개선으로 이어져 결국 성장률의 상당한 상승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결론 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