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이달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 일정과 미·중 정상회담이 APEC 외교 무대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면서, 이 대통령의 ‘실용 외교’가 시험대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9일 대통령실과 정치권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APEC 정상회의 기간 중 방한이 사실상 확정됐다. 이에 따라 이번 회의 기간 중 한미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일정이 하루로 압축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회담의 형식과 의제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26∼29일 아시아 순방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말레이시아 아세안(ASEAN) 정상회의 참석 후 일본을 거쳐 29일 방한, 당일 오후 늦게 출국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 요미우리신문도 일본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27∼29일 일본 방문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미일 정상회담은 28일 개최가 유력하다.
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동아시아 순방 일정은 '말레이시아→일본 →한국' 방문 순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의 실제 한국 체류 시간은 29일 단 하루로, 한국 체류 시간이 짧아지면 APEC 정상회의 본회의 참석 여부도 불투명해진다.
당초 이 대통령은 이번 회의를 통해 교착 상태에 놓인 한미 관세 협상에 돌파구를 마련하고, 3500억 달러(약 493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 논의에도 속도를 낸다는 구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우리 정부는 대미 투자펀드에 관한 양해각서(MOU) 수정안도 미국 측에 전달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이번 정상회담에 앞서 "건설적인 수정 대안을 디테일하게 만들어 미국 측에 보냈다"며 "아직 구체적인 답변이 없어 기다리는 중"이라고 밝힌 상황이다.
그러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미·중 정상회담이 같은 기간 한국에서 열릴 가능성이 커지면서, 외교 무대의 중심이 미·중 관계로 쏠리는 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수 차례 "APEC에서 시 주석과 만난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해왔다. 지난달 시 주석과의 통화 직후에도 "한국에서 회담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으며, 최근에도"4주 뒤 시 주석과 만날 예정이며 대두 문제가 주요 의제"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한·미·중 간 이해가 교차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외교적 실익을 최대화하고, 균형을 조율해야 하는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에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집권 당시 외교적 성과로 평가해온 북핵 문제를 외교적 지렛대로 삼아, 한반도 대화 복원과 외교 주도권 확보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