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정치 공방이 만든 ‘정책 공백’

입력 2025-10-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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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 국제경제부 부장

미국 연방정부 시계가 멈췄습니다. 워싱턴 관료 역시 사무실 문을 닫았습니다. ‘비필수 인력’으로 분류된 공무원은 불가피하게 무급휴가를 시작했습니다. 우리에게는 생경한, 정부 ‘셧다운(shutdown)’입니다.

발단은 의회 예산 표결안 부결이었습니다. 환경청과 항공안전청(FAA) 등 일부 부처는 셧다운과 동시에 예산 집행을 중단했습니다. ‘항공보조금(EAS)’ 지급이 끊기자 공항 안전에 우려가 커졌습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미국 뉴욕 라과디아공항 유도로에서는 가벼운 충돌 사고도 일어났습니다. 보조금 중단으로 인한 인력 공백이 자칫 더 큰 사고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이때 나왔지요. 연방정부 셧다운 탓에 국민안전과 편의가 뒷전으로 밀렸고, 정치 싸움이 ‘정책과 공공 서비스 공백’으로 이어졌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연방정부 셧다운에 따른 경제적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였던 ‘2018년 연방정부 셧다운’은 무려 35일 동안 지속했는데요. 당시 미국의회예산국(CBO)은 이 기간 GDP 손실을 약 110억 달러로 추산했습니다. 하루 3억1500만 달러(약 4500억 원)꼴입니다.

경제학에서 ‘기회비용’은 늘 우선순위를 가립니다. 어떤 선택이 더 큰 손해인지 순서를 따지는 것이지요. 기회비용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행정부 셧다운에 따른 손실 가운데 가장은 피해는 국민 신뢰의 하락입니다. 숫자로 가늠하기 어려울 뿐, 정부 정책의 신뢰도 하락은 꽤 장기간 사회 곳곳에서 반대 작용을 일으키기 마련입니다.

설령 이번 셧다운 사태가 조기에 마무리돼도 사회적 피로는 오래 남을 것이라는 게 미국 현지 언론의 중론입니다. 정부에 대한 믿음이 무너지면 국가의 존재 당위성이 훼손됩니다. 나아가 명분이 뚜렷한 다른 정책마저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려워집니다.

결국, 이런 정책적 신뢰 훼손을 막기 위한 대안으로 여러 가지가 거론됩니다. 미국은 예산이 기한 내 통과되지 않으면 즉시 행정부가 멈추는 구조인데요. 일부 전문가들은 대안으로 ‘자동 지속 결의(automatic continuing resolution)’ 제도를 제안합니다. 의회가 새 예산을 확정하지 못하면, 전년도 예산안을 일정 기간 자동으로 연장해 행정 공백을 막는 방식입니다.

또 하나는 정치 공방에 따른 피해를 정치권이 먼저 감내하는 방식입니다. 만일 정치적 공방 탓에 정책 공백이 생긴다면, 그래서 국민 불편이 이어진다면 정치인 급여를 먼저 지급 중단하는 방법입니다. 일부 미국 정치학자들이 주장하고 있는 ‘책임 귀속 장치(accountability mechanism)’입니다.

예컨대 셧다운이 발동될 경우 공무원의 급여를 중단하거나 해고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게 아닌, 가장 먼저 행정부 수반을 비롯해 정부 각료와 의회 구성원인 의원ㆍ보좌진, 여기에 고위 공무원부터 순서대로 급여 지급을 중단하는 방식이지요. 이름 그대로 “그들에게 책임을 귀속시키자”라는 논리입니다.

우리가 잘사는 나라 미국의 예산까지 하나하나 걱정할 일은 아닙니다. 다만 미국에서 불거진 정책 공백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우리도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은 꽤 설득력이 있습니다. 우리도 예산 집행이 미뤄져 정책 공백이 생긴 사례가 여러 번 존재했기 때문이지요.

2015년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지원 예산이 중단된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결과적으로 ‘누리과정 예산 공백 사태’는 학부모의 혼란만 키웠습니다. 동시에 유아교육에 대한 정부 정책의 신뢰도는 바닥까지 떨어졌습니다. 정치 공방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과 학부모가 떠안았고, 이에 대해 정치권의 사과는 그리고 대안은 사실상 없었습니다.

그뿐인가요. 서울시 무상급식 공방과 부산국제영화제 지원 삭감 등도 정치 공방이 불러온 정책의 공백 가운데 하나로 평가됩니다. 정치가 대결보다 협치를 추구하고 협치가 정책의 공방을 촘촘하게 메워갈 때, 정부는 신뢰를 얻고 국민은 안정을 찾습니다. 정치 싸움 탓에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 영역이 멈추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설령 정치가 멈춰도, 국가는 멈추지 않아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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