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타버스가 점점 하나의 거대한 산업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동시에, 우리가 즐기는 가상세계 뒤에는 치열한 특허 전쟁의 불씨가 숨어 있다. 메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VR(가상현실) 헤드셋, 시선 추적, 손동작 인식 등 핵심 기술을 특허로 확보하고 있다. 이 특허들은 단순한 발명 보호를 넘어, 경쟁사의 시장 진입을 막는 방패이자 협상력의 원천이 된다. 결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벌어졌던 소송전이 메타버스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표준특허(SEP: Standard Essential Patent)다. 메타버스도 여러 기기와 플랫폼이 호환되려면 결국 국제 표준을 따라야 할 것이며, 쟁점은 그 표준 속에 포함된 특허다. 표준을 구현하려면 반드시 표준에 포함된 특허를 써야 하므로, 특허권자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조건(FRAND)’으로 라이선스를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과거 스마트폰 시대에도 로열티 과다 요구나 차별적 계약을 둘러싼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메타버스에서도 동일한 갈등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메타버스 기술은 서비스 특성상 국경을 넘기 때문에, 특허의 속지주의와 충돌하는 문제가 불가피하다. 특허는 국가별로 권리를 가지는데, 해외 서버를 거쳐 전 세계 이용자가 동시에 접속한다면 특허 침해 판단은 어떻게 해야 할지 논의가 필요하다. 디자인권과 특허권의 경계도 모호하다. 아바타 의상이나 가상 부동산은 디자인 보호 대상일까, 아니면 기술 특허에 해당할까.
더하여, 특허 독점이 공정경쟁을 해칠 가능성도 크다. 특정 기업이 사용자 인터페이스(UI) 특허를 장악하면, 후발 기업은 시장 진입이 가로막힐 수 있다.
이처럼 메타버스는 새로운 기회이자 새로운 갈등의 장이다. 기업은 기술 개발만큼 특허 전략을 고민해야 하고, 사회는 기술 혁신과 권리 남용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가상세계의 룰을 정하는 싸움은 이미 시작되었다. 이형진 변리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