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9일 한국경제인협회가 발표한 ‘2014~2024년 세대별 실질소득 추이’에 따르면 20대의 실질소득 증가율은 1.9%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30대는 3.1%, 40대 2.1%, 50대 2.2%, 60대 이상은 5.2%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20대는 전 세대 중 가장 낮았다. 특히 2019~2024년에는 1.1%로, 2014~2019년(2.6%) 대비 절반 이하 수준에 머물렀다.
협회 분석에 따르면 고용의 질 악화가 소득 부진의 배경으로 꼽힌다. 20대 고용률은 57.4%에서 61.0%로 높아졌고 실업률은 9.0%에서 5.8%로 낮아졌지만, 비정규직 비중은 같은 기간 32.0%에서 43.1%로 크게 늘었다. 협회는 “양적 고용은 개선됐지만 질적 고용은 뒷걸음질하면서 근로소득 증가세가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20대의 근로소득 연평균 증가율은 3.6%로 전 세대 중 최저였다.
물가 상승도 청년층 부담을 키웠다. 최근 5년간 음식·숙박 물가는 연평균 4.0% 오르며, 청년층 체감 물가 상승 기여율의 30.9%를 차지했다. 식료품·비주류음료(5.1%) 다음으로 높은 항목이다. 특히 외식 물가 급등은 청년들의 지출 구조와 맞물려 체감 압박을 크게 높였다.
이런 현실 속에서 청년층은 ‘짠테크’라는 방식으로 생활비를 관리한다. 짠테크는 ‘짠돌이+재테크’의 합성어로, 생활비를 아끼면서도 소액 투자나 소비 최적화를 통해 자산을 불리는 방식을 뜻한다. 단순히 허리띠를 졸라매는 절약이 아니라, 앱테크·적립형 금융상품, 중고거래, 공동구매 등을 통해 지출을 줄이고, 동시에 여행·콘서트 같은 경험에는 과감히 소비하는 식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고거래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조사에 따르면 20대의 중고 구매 경험률은 68%로 전 세대 중 가장 높으며, 와이즈앱 조사에서는 스마트폰 사용자 10명 중 4명이 중고거래 앱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절약과 동시에 또 다른 축은 구독경제 활용이다. 넷플릭스·스포티파이 같은 OTT와 음악 스트리밍, 가전 렌탈 서비스는 이제 청년들의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비싼 물건을 소유하지 않아도 소액으로 다양한 경험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소득 제약을 극복하는 중요한 전략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소비 방식은 지출 구조에서도 드러난다. 대한상공회의소 분석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20대의 오락·문화 지출 비중은 2%포인트 이상 늘었다. 카페·간편식·짧은 여행 등 ‘소확행’ 지출도 확대되며, 청년층은 단순히 아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영역에는 과감히 소비하는 이중적 패턴을 보이고 있다.
20대의 나이에 3억을 모아 내집마련에 성공한 곽지현 작가는 지난 7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돈을 모을 때는) 20개 이상의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한 이른바 '앱테크'를 적극적으로 활요ㅗ용하기도 했다"며 "소비를 절제해야 하다 보니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계획적으로 소비하는 습관을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됐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