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감정평가사협회가 KB국민은행의 '불법 감정평가'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며 가치평가부를 해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30일 협회에 따르면 협회는 전날 서울 영등포구 국민은행 신관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국민은행이 감정평가사를 직접 고용해 가치평가부를 운영하고 있다"며 "이는 은행이 사실상 불법적인 감정평가법인을 만들어 고액 부동산을 평가하고 담보대출에 활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협회는 국민은행 자체 감정평가액이 2022년 기준 26조 원, 2023년 50조 원, 2024년 75조 원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2년 만에 세 배 가까이 급증한 셈이다. 그런데 감정평가법인에 무료로 의뢰하는 '탁상자문' 건수는 급증하고, 정식으로 의뢰해 수수료를 입금한 건수는 계속 줄면서 감정평가법인의 부담이 커졌다는 게 협회 설명이다.
협회 측은 "평균 120억 원에 달하는 고액 부동산을 자체평가하는 행위는 금융 리스크를 키우고 대출 안정성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협회는 2022년 개정된 '감정평가법인등의 보수에 관한 기준'이 개정돼 감정평가서 발급 후 수수료 지급이 의무화됐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은행이 이를 무시해 미지급한 금액이 수백억 원 규모라고도 밝혔다.
앞서 최근 국토교통부는 은행이 감정평가사를 채용, 담보물을 평가하는 것은 감정평가법상 '감정평가' 행위에 해당하며, 감정평가법 제5조 제2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유권해석한 바 있다.
협회는 국민은행에 △상생협력을 통한 리스크 관리 △위법한 자체 감정평가 중단 △협력사 대상 불공정행위 개선 △부동산 담보 시장 건전성 제고 등을 촉구했다.
양길수 협회장은 "국민은행이 감정평가사를 고용해 수행하는 감정평가는 감정평가법을 위반하는 행위이며, 금융 건전성을 훼손하고 국민 권익까지 침해한다"며 "불법적인 감정평가의 즉각적인 중단과 함께 금융당국의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