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건설현장에서는 사고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대응해 안전관리 기준을 더욱 엄격히 강화하고 있으며 건설업계 전반에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안전을 비용으로 간주해온 과거의 관행은 이제 지속 불가능한 전략이 되었다. 생명과 직결된 책임을 회피하는 기업은 이제는 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는 시대가 도래되었다.
그러나 그 변화는 곧바로 공사비 상승으로 이어지고 분양가 인상이라는 현실적 부담으로 귀결된다. 이는 단순한 제도 개선을 넘어 일반 소비자 특히 실수요자에게 직접적인 경제적 압박으로 작용한다. 안전이라는 공공적 가치가 강화되는 만큼 그 대가는 주거비 상승이라는 형태로 시민의 삶에 깊숙이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공사기간 지연도 문제다. 강화된 안전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설계 변경, 인허가 절차 강화, 현장 점검 증가 등으로 인해 분양 일정이 수개월씩 밀리는 사례도 증가할 것이다. 입주를 앞둔 예비 세대들은 “계약은 했는데 언제 들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불안감을 토로한다. 특히 전세 만료에 맞춰 이사를 계획했던 가구들은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으로 인해 이사비용, 임시 거주지 마련 등 추가 부담을 떠안게 될 수도 있다.
이쯤 되면 자연스럽게 의문이 생긴다. 그동안 과거 건설사들은 안전에 충분히 투자하지 않고 이윤만 챙겨온 것 아닌가. 실제로 건설업계는 ‘공기 단축’과 ‘원가 절감’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왔다. 안전관리 인력은 최소한으로 배치되었으며 현장 교육이나 보호장비는 형식적으로 운영되었다. 그 결과 노동자들은 위험에 노출되었고 사고 발생 시 책임은 하청업체나 개인에게 전가되는 구조가 반복됐다.
물론 이를 단순히 “이윤 착취”로만 단정짓기에는 구조적 요인도 있다. 과도한 경쟁, 저가 수주 관행, 복잡한 하도급 구조 속에서 안전비용을 줄이는 것이 생존 전략이었던 측면도 있다. 그러나 그 전략의 결과가 노동자의 생명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그 어떠한 변명도 정당화될 수는 없다.
지금의 안전 강화는 그동안 미뤄왔던 목숨값을 이제야 제대로 반영하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과거에는 보이지 않았던 비용이 이제 분양가에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왜 이제 와서?”라는 불만이 생길 수 있지만 이는 건설산업이 보다 책임 있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청색 신호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