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아닌 개인 눈높이에 맞춘 리서치”
“반도체·로봇·에너지 인프라 섹터 주목”

이영곤 토스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서울 강남구 토스증권 본사에서 진행된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미국 시장의 주도권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반도체·빅테크 등 글로벌 핵심 기업이 몰려 있어 구조적 성장 동력이 크다는 판단이다.
최근 코스피 신고가 행진은 “정상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작년까지 국내 증시는 정치·정책 불확실성과 과도한 저평가로 침체돼 있었다”며 “이제야 적정 수준을 찾아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단기 반등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추세적 상승세를 이어가려면 기업 체질 개선과 경쟁력 확보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아직은 이 부분이 충분치 않다고 보고 있고, 차근차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탄핵과 대선 등 정치 리스크가 완화되고, 새 정책 기대감과 유동성 확대가 단기적인 촉매 역할을 했지만, 장기 모멘텀은 여전히 기업 실적과 구조적 경쟁력 강화 여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9월 출범한 토스증권 리서치센터는 미국 증시 분석에 집중하고 있다. 미장 투자에 방점을 찍는 이유는 명확하다. 하루 평균 거래액만 300조 원이 넘는 최대 시장이고, 다른 나라보다 주가가 크게 오른 좋은 기업이 많으며, 달러 자산을 일정 비율 편입하면서 자산배분 효과까지 있기 때문이다. 가장 유망한 투자처에 개인이 접근할 수 있는 전문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에 문제 의식이 컸다는 얘기다. 이영곤 센터장과 이지선·한상원 애널리스트가 뭉쳤다. 토스증권 리서치센터의 차별점은 개인 투자자 눈높이에 맞춘 접근법이다. 그는 “대부분 증권사 보고서는 기관 중심이라 개인이 읽기 어렵다”며 “개인 투자자 눈높이에 맞춘 설명형·맥락형 리서치를 지향하기 때문에 ‘왜 알아야 하는지’도 풀어 설명한다”고 말했다.
‘다녀왔습니다’ 시리즈처럼 현지 탐방 보고서를 직접 제작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리콘밸리부터 워싱턴 D.C., 텍사스까지 직접 다녀오며 보고 느낀 미·중 갈등 상황, 반이민 정책, AI 산업 전망 등 현지 정보를 투자 전략으로 녹여냈다. 그는 “책상 위 분석만으로는 한계가 크다.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투자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풀어낸다”라고 했다.

이 센터장은 트럼프 정부와 함께 ‘미국 우선주의(MAGA)’라는 거대한 정책 변수가 등장한 가운데 △반도체 △에너지 인프라 △로봇 △소비재 섹터에 주목했다. 그는 “반도체의 경우 미국 제조업 부흥 정책의 핵심 산업으로 정책 수혜 지속 가능성이 크다”며 “또 에너지 공급 확대 기조 속에서 가격 전략보다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기업이 수혜를 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민 억제와 제조업 확대라는 모순이 자동화 수요를 키우면서 공정·물류·서비스 로봇까지 구조적 성장세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다만 소비재는 선별적 접근을 권했다. “감세 정책이 저소득층에 집중돼 있어 중저가 의류·할인마트 등은 수혜가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연말까지 관세 불확실성과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는 불확실성 요소로 꼽았다. 그는 “관세는 물가 압력과 기업 마진 축소로 경기 둔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투자자들은 ‘경기 양호·물가 안정·금리 인하’라는 베스트 시나리오를 기대하지만, 현실은 다를 수 있다. 기대와 실제 사이 괴리가 발생하면 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고 짚었다.다만 “변동성이 커진다는 건 위험이지만 동시에 투자의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좋은 기업이라면 오히려 더 좋은 가격에 살 수 있는 시점이 될 수 있으니 트럼프 관세 정책도 잘 활용하는 게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하반기 포트폴리오 조언에 대해 그는 미국 주식 외에도 금·가상자산 등 대체자산을 일정 비중 포함하라고 말했다. “미국 주식을 코어로 가져가되 국내 주식·대체자산은 보조로 활용하고, 변동성 구간에 대비해 과도한 레버리지는 피해야 한다”며 “투자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다. 개인이 스스로 판단해 장기 수익을 낼 기초 체력을 키우는 리서치가 우리의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