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희소성·체험이 만든 IP 파워…과열 땐 부작용도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가 글로벌 흥행에 성공하면서, 단순한 영상 콘텐츠를 넘어 하나의 강력한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영화의 성공은 팬덤 기반의 소비 문화를 이끌었고, 식품·유통·전자제품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케데헌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한 협업 마케팅이 이어지며 새로운 소비 경험이 만들어지고 있다. 기업들은 협업을 통해 단순한 제품 판매를 넘어, 팬들이 세계관에 직접 참여하는 듯한 경험을 제공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식품업계가 보여준 반응은 특히 눈에 띈다.
농심은 '케데헌' 캐릭터를 적용한 신라면과 새우깡을 출시해 팬덤과 소비자의 폭발적 반응을 이끌어냈다. ‘케데헌 한정판 신라면’ 1000세트는 판매 개시 100초 만에 완판되며 IP 협업의 힘을 입증했다. 여기에 씰스티커 세트까지 판매해 팬들의 소장 욕구를 자극하며 단순 소비가 아닌 수집의 즐거움을 더했다.
파리바게뜨도 헌트릭스 케이크·소다팝 케이크·골든 버터번·약과티그레·쑥떡쿠키 등 다양한 협업 메뉴를 선보였다. 일부 제품에는 랜덤 렌티큘러 스티커를 증정하는 전략을 펼쳤고, 일부 직영 매장 외관을 케데헌 이미지로 꾸며 고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했다.
편의점 GS25 역시 김밥·주먹밥·분식세트 등 식품을 '케데헌'과 결합했으며,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지역에 ‘케데헌' 특화 매장을 운영해 팬덤을 겨냥한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단순히 제품 맛과 품질만으로 경쟁하던 식품업계가 이제는 ‘팬덤 감성’을 상품에 접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모습이다.

유통업계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넷플릭스 샵은 케데헌 캐릭터가 들어간 의류, 스티커, 머그컵, 피규어 등 다양한 굿즈를 판매하며 콘텐츠 수익 다각화에 나섰다. 한국에서는 팝업스토어와 체험형 공간이 마련돼 팬들이 ‘성지 순례’를 하듯 방문하는 코스로 급부상했다.
에버랜드는 '케데헌' 테마존을 조성해 체험존부터 먹거리, 굿즈 등을 아우르는 복합 공간을 만들었고, 서울 남산타워·명동·북촌한옥마을 등 영화 배경지로 등장한 지역은 실제로 팬덤 관광지로 부상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케데헌 인증 공간’으로 꾸며 팬들의 방문을 유도하고 있으며, 이는 오프라인 공간이 단순 판매처를 넘어 콘텐츠와 소비를 잇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자업계 역시 발 빠르게 참여했다. 삼성전자는 ‘케데헌 갤럭시 스페셜 테마’를 출시해 스마트폰 잠금화면·배경화면·아이콘 등을 패키지로 꾸밀 수 있는 갤럭시 전용 커스터마이징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케데헌' 캐릭터의 상징적인 이미지와 갤럭시 스마트폰의 트리플 카메라를 결합한 티저 영상은 팬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모으며, 기술과 스토리텔링이 결합된 성공적인 마케팅 사례로 평가 받고 있다.
이는 단순히 제품 판매에 그치지 않고, 스마트폰 사용 경험 자체를 콘텐츠 세계관과 연결함으로써 소비자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케데헌을 스며들게 한 것이다.
이 같은 협업 마케팅의 성공 요인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는 브랜드와 스토리의 적합성으로, 콘텐츠의 세계관과 제품이 자연스럽게 어울릴 때 소비자는 단순 구매자가 아니라 세계관의 참여자가 된다. 농심 신라면 패키지와 케데헌 캐릭터의 결합이 대표적 사례다.
둘째는 희소성으로, 한정판 굿즈와 패키지, 씰스티커 등은 팬들의 소장 욕구를 자극해 구매를 촉진한다.
셋째는 체험 마케팅으로, 팝업스토어나 작품 배경지 인증 공간은 단순한 물건 구매를 넘어 스토리에 참여했다는 경험을 남기며 장기적으로 충성도를 높인다.
넷째는 산업 확장 효과로, 식품·유통·전자 등 다양한 업계로 협업이 퍼지며 소비자의 일상 속에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이는 다시 구매로 이어진다.
이처럼 '케데헌'의 전 세계적인 인기에 따른 산업계 전반의 발빠른 움직임은 생존을 위해선 필수이지만, 협업 제품이 지나치게 쏟아질 경우 희소성이 사라져 팬덤의 충성도가 약화될 수 있다.
화제성이 식기 전 출시부터 해야한다는 강박에 오히려 완성도가 낮은 제품을 내놓을 경우 IP 가치는 더 곤두박질 칠 수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협업 과정에서 ‘차별화’와 ‘품질’을 유지하는 균형이 필요하다.
결국 '케데헌' 협업 마케팅은 단순한 상품 홍보를 넘어 팬덤 경험을 소비로 전환하는 새로운 경제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 콘텐츠가 브랜드로 확장되고, IP는 소비자가 일상 속에서 즐기고 소유하는 자산으로 변모했다.
앞으로 '케데헌'을 비롯한 다양한 IP 협업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제 기업들은 제품 그 자체가 아닌 ‘문화적·심리적 경험’을 판매하는 전략을 세워야 하며,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