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 속 미래 투자 지속
“캐즘 이후 경쟁력 확보”

국내 배터리소재 업계가 잇달아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둔화)과 원재료 가격 하락으로 실적 부진이 길어졌지만, 점진적 회복 국면 속에서 미래를 위한 투자를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에코프로는 전날 이사회에서 자회사 에코프로비엠 주식 673만9680주(약 6.9%)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수익스와프(PRS) 계약을 통해 8000억 원의 자금을 조달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확보한 자금은 인도네시아 인터내셔널 그린 산업단지(IGIP) 프로젝트에 투입된다. 니켈 제련부터 전구체·양극재·배터리 셀 생산을 아우르는 통합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에코프로는 우선 인도네시아 국영 기업인 PT 발레 인도네시아(PT Vale Indonesia)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과 합작법인(JV) ‘PT BNSI’를 설립하고, 약 2000억 원을 투자해 지분 19.99%를 확보할 예정이다. 이후 추가 투자를 통해 최대주주 격으로 프로젝트를 주도한다.
에코프로는 2022년부터 인도네시아 모로왈리 산업단지(IMIP) 내 4개 제련소에 약 7000억 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단행해 니켈 중간재(MHP) 수급 능력을 넓혀왔다. 이번 투자까지 포함하면 인도네시아 내 보유 제련소는 총 5곳으로 늘어난다.
니켈은 삼원계 배터리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소재지만 가격 변동성이 크다. 에코프로는 현지 투자를 통해 공급망을 안정화하고 원가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NH투자증권은 니켈 내재화 효과로 하이니켈 양극재 가격이 ㎏당 25달러에서 20달러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는 중국산 하이니켈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다.
LG화학도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활용한 PRS 발행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달 규모는 2조~3조 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이를 재무구조 개선과 함께 3대 신성장동력(친환경 소재·전지 소재·혁신 신약) 투자를 이어가기 위한 자금 확보 차원으로 보고 있다.
LG화학은 미국 테네시주에 연간 6만t(톤) 규모의 양극재 공장을 짓고 있으며, 내년 하반기 가동을 앞두고 있다. 국내에선 충남 서산에 수소 처리 식물성 오일(HVO) 공장을 착공하는 등 굵직한 투자를 병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상반기 기준 순차입금이 23조 원을 넘어서는 등 재무 부담은 한층 커진 상태다.
실적 부진에 따른 재무 부담에도 신사업을 위한 투자는 계속되는 모습이다.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사업을 본격화한 엘앤에프는 최근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해 약 3000억 원을 조달했다. 이 중 2000억 원을 LFP 사업에 투입한다. 엘앤에프는 지난달 자회사 엘앤에프플러스를 설립하고 최대 6만t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춘 LFP 양극재 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다행스러운 점은 실적 회복세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LG화학은 1분기 4470억 원, 2분기 4768억 원의 영업이익을 각각 올렸고, 3분기에는 5135억 원의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에코프로비엠도 1분기 23억 원에서 2분기 162억 원으로 흑자 폭을 확대했고, 3분기 전망치도 442억 원으로 긍정적인 실적 흐름이 전망된다. 엘앤에프도 상반기 2600억 원대 적자를 냈지만 3분기 흑자 전환이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발 관세 정책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 폐지, 중국의 저가 공세 등 시장 불확실성이 여전하지만 캐즘 이후 경쟁력을 위한 투자가 필수적”이라며 “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투자세액공제 직접환급제 등 정부의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