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향응수수 408건으로 전체 39% 차지
영리사기업 불법재취업 133명 최다 기록
처벌규정 무색…솜방망이 처벌 도마 위

직무관련 부패행위로 파면된 공직자들이 퇴직 후 관련 업체에 버젓이 재취업하는 일이 만연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적 취업제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비위면직자 5명 중 1명꼴로 불법 재취업을 시도하고 있고, 적발되더라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2020~2024년)간 비위면직자 1035명 중 22.1%(229명)이 취업제한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파악됐다.
부패방지권익위법은 직무관련 부패행위로 당연퇴직·파면·해임되거나 벌금 300만 원 이상을 선고받은 공직자에 대해 퇴직일로부터 5년간 공공기관, 부패행위 관련기관, 업무관련 영리사기업체 등에 취업을 금지하고 있다.

비위면직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은 공직유관단체였다. 전체 1035명 중 절반이 넘는 50.5%(523명)가 공직유관단체 소속이었고, 21.6%(224명)가 지방자치단체, 20.8%(215명)가 중앙행정기관, 7.1%(73명)가 교육행정기관이었다. 연도별로는 매년 200명 내외가 꾸준히 발생해 2024년에도 201명이 발생하는 등 감소 추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부패행위 중에선 돈과 관련된 비리가 가장 많았다. 금품·향응수수가 39.4%(408건)으로 1위를 차지했고, 공금횡령·유용이 23.7%(245건)으로 뒤를 이었다. 금전적 부패행위가 전체의 63.1%를 차지한 셈이다. 직권남용·직무유기 74건(7.1%), 문서위변조 39건(3.8%)을 합쳐도 금전 관련 부패의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취업제한 위반자(229명)의 절반이 넘는 58.1%(133명)가 업무관련 영리사기업체에 불법 재취업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공기관 재취업 37.6%(86명), 부패행위 관련기관 4.4%(10명)이 뒤를 이었다.
회전문 인사를 방불케하는 유착 사례들이 다수 파악됐다. 국토교통부 지방국토관리청에서 금품수수로 파면된 공무원은 퇴직 전 평가했던 업체에 이사로 재취업했다가 적발돼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방위사업청에서 특정업체의 사업수주를 도와주고 금품·향응을 받아 당연퇴직된 공무원은 해당 업체와 1200만 원짜리 자문계약을 체결했다가 권익위에 적발됐다.
처벌 규정이 무색한 솜방망이 처벌 사례도 많았다. 경기도에서 직무관련자 법인차량 무상사용과 시간외수당 부정수급으로 해임된 공무원은 퇴직 전 변경허가·신고수리 업무를 담당했던 업체로부터 교육·자문 명목으로 5600만 원을 받았다가 적발돼 징역 4월(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서 채용청탁으로 당연퇴직된 직원은 창업진흥원과 부천산업진흥원에서 평가업무를 수행하고 1600만 원을 받았지만 벌금 200만 원 처벌에 그쳤다. 광명시 파면 공무원은 계약 체결했던 공사업체에 부장으로 재취업했다가 벌금 1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이라는 법정형이 미약해 재범 억제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처벌은 대부분 수백만 원에서 1000만 원대 벌금으로 끝나 불법 재취업으로 얻는 이익에 비하면 ‘싼 값’에 불과한 상황이다.
현행 시행령도 자발적 신고에 의존하는 구조인 만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현행 부패방지권익위법 시행령은 비위면직자가 퇴직 전 소속기관을 통해 취업제한 여부를 사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정문 의원은 "비위면직자의 22%가 불법 재취업을 시도한다는 것은 공직윤리가 붕괴됐다는 신호"라며 "부패행위로 파면된 공직자가 관련 업체에 버젓이 재취업하는 것은 국민 신뢰를 정면으로 배신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현재의 솜방망이 처벌로는 재범을 막을 수 없다"며 "처벌 수위를 대폭 강화하고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해 불법 재취업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