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신라호텔이 11월 초 국가 행사를 이유로 예약된 결혼식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면서, 정부 개입 여부를 두고 여야가 정면 충돌했다.
신라호텔은 최근 예식 예약자들에게 “11월 초 국가 행사가 예정돼 있어 부득이하게 예약 변경을 안내드린다”며 결혼식 취소 사실을 통보했다. 결혼식을 불과 두 달 앞두고 취소 통보를 받은 예비부부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미 청첩장을 발송하고 신혼여행을 포함한 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스드메) 예약까지 마친 상황에서 위약금 부담까지 떠안게 됐기 때문이다.
호텔 측은 브랜드 신뢰를 지키겠다며 원하는 날짜로 예식을 변경해주고 식대·시설 이용료 등 예식 비용 전액을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한 건당 1억~2억 원에 달하는 비용을 호텔이 전액 부담하는 것은 업계에서도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취소 조치가 정부의 요청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되자 집권 여당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4일 국회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우리 정부는 해당 호텔에 결혼식 취소 요청을 한 바 없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외국 정상 숙소는 해당 국가 측에서 호텔에 협조를 구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의혹을 제기한 국민의힘 주진우·유상범 의원에게 “사실 확인도 없이 발언했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반면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정부 책임론을 거듭 제기했다. 주 의원은 “신라호텔이 예식 한 건당 1억6000만 원을 전액 배상해 준다고 한다. 수십 건이 취소됐다면 최소 수십억 원의 경비가 든다”며 “정부 요청도 없는데 민간 기업이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겠느냐”고 반박했다. 이어 “신라호텔이 정부 요청 없이 국제 행사 일정을 어떻게 미리 알고 예식을 취소했단 말인가”라며 “도저히 민간 회사의 정상적 영리 활동으로는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호텔신라 측은 “국가 행사로 인해 부득이하게 예약을 변경했다”는 입장만 밝히며 행사 성격과 취소 건수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