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보호 비용, 실업계정 전가…“국가 책임 강화해야”
직업훈련, 현장 수요와 괴리…“디지털·신기술 중심 개편 필요”

고용보험 제도가 올해로 30년을 맞았지만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구조적인 손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5일 발표한 '고용보험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실업급여 하한액이 과도하게 높아 근로 의욕을 떨어뜨리고 반복수급을 부추기는 구조”라고 밝혔다. 또 "육아휴직 급여 등 모성보호급여를 고용보험 기금이 아닌 일반회계로 전환하는 등 국가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행 구직급여 하한액은 최저임금의 80% 수준으로 책정돼 있다. 최저임금 인상 속도에 따라 하한액도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2025년 기준 실직자의 월 구직급여액은 약 193만 원으로 최저임금 세후 실수령액(약 187만 원)을 웃도는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경총은 “이로 인해 구직자들이 취업보다 급여 수급에 의존하는 유인이 강해졌다”고 지적했다.
실업급여 수급요건도 다른 OECD 주요국에 비해 느슨하다. 18개월 중 180일만 근무하면 4개월간 급여 수령이 가능해 취업과 실업을 반복하며 제도를 활용하기 쉽다. 실제로 최근 5년간 3회 이상 구직급여를 반복 수급한 인원은 2019년 8만6000명에서 지난해 11만3000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같은 기간 실업급여 수급 자격 인정률은 99.7%에 달했다.
또 다른 문제는 모성보호사업 재원이다. 선진국들은 고용보험과 출산·육아 관련 제도를 분리해 운영하지만, 한국은 육아휴직급여 등 대부분을 실업급여 계정에서 충당하고 있다. 지난해 모성보호급여 지출 중 일반회계 전입금 비중은 15.5%에 불과했다. 경총은 “저출산 극복과 일·가정 양립 편익은 사회 전체가 공유하는 만큼, 국고지원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직업능력개발사업의 실효성 부족도 과제로 지적됐다. 현재 국민내일배움카드 훈련 과정의 80%가 회계·요리·미용 등 일반과정이다. 산업계가 요구하는 디지털·신기술 훈련은 10% 남짓에 불과하다. 경총은 “기업이 훈련 과정 설계 단계부터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하고, 온라인·주말 강좌를 늘려 인력 공백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임영태 경총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고용보험은 외환위기, 금융위기, 코로나19 등 경제 위기 때마다 핵심 안전망 역할을 해왔다”며 “앞으로 더욱 빨라질 노동시장 변화를 감안하면 구직급여 하한액 개선, 반복수급 제재, 국고지원 확대 등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