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투자 없이 엑시트에 몰두…유목민식 경영 반복"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인수·운영해 온 금융사에 잇따른 논란이 불거지면서 사모펀드(PEF)의 경영 방식 한계와 대주주 책임론이 확산하고 있다. 단기 수익 극대화에 치중한 투자 전략이 소비자 피해와 시장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윤종하 MBK 부회장은 24일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의 통신·금융 해킹 사태 청문회에서 롯데카드에 대한 보안 투자를 강화하겠다면서도 매각 추진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논란의 도화선이 됐다.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매각 과정에 있는데 (롯데카드가) 앞으로 5년 동안 1100억 원 규모의 정보보안 투자를 하겠다는 말을 누가 믿겠냐”고 지적했다.
이는 MBK의 이러한 기업 투자 방식이 보안·신뢰가 핵심인 금융사에 적절한지에 대한 비판 키우는 배경이기도 하다.
MBK가 2019년 인수한 롯데카드는 지난해부터 매각설이 꾸준히 흘러나왔지만 높은 가격과 잇단 악재로 거래가 지연되고 있다. 잠재 매수자들도 보안 리스크와 집단소송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어 협상은 장기전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MBK가 인수했던 홈플러스도 비용 절감과 점포 매각에 치중하다 온라인 전환 시기를 놓쳤다는 비판을 받으며 경영 부실 논란이 불거졌고 대주주 책임론으로 이어진 바 있다.
MBK의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투자는 사모펀드의 보험사 인수에 대한 우려를 보여준 사례 중 하나로 언급된다. MBK는 2014년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한 뒤 2019년 신한금융에 매각하며 성공적으로 엑시트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사모펀드가 장기계약 위주의 보험업 특성과 충돌하는 방식으로 단기 회수를 노린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보험연구원도 2021년 8월 ‘미국 사모펀드의 생명보험 인수와 우려’ 보고서를 통해 “사모펀드는 거래의 불투명성과 자산운용 수수료 전가, 고위험 자산 편중 투자로 인해 소비자 피해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며 “단기 수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가 생명보험 산업에 적합한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가 사모펀드식 경영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인수 이후에도 재투자가 필요한데 사모펀드는 배당 횟수와 재매각에만 집중하다 보니 보안·설비 같은 핵심 투자까지 줄인다”며 “가건물에서 임시로 운영하는 식의 ‘유목민식 경영’이 반복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MBK 사례는 비용 절감과 단기 회수를 통한 수익 극대화가 ‘소비자 보호 소홀’, ‘장기 투자 부족’, ‘신뢰 하락’으로 이어지고 결국 매각도 난항을 겪는 악순환에 빠진다는 시각도 있다.
황 교수는 “사모펀드가 금융사를 인수한다면 최소 10년 이상은 엑시트 계획을 세우지 않는 조건을 계약에 포함시키는 등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이사회 다양성을 보장해 PEF가 일방적으로 의사결정을 주도하지 못하도록 견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