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기업 M&A, 15년의 빅딜 타임라인
불안정한 시장에 해외 M&A로 무게 이동

지난 15년간 한국 대기업의 인수합병(M&A)은 성공과 실패가 교차하는 역사를 써왔다. SK의 SK하이닉스는 지금의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성장축이 된 반면, 금호그룹의 무리한 대우건설 인수는 승자의 저주로 기록된다. 이 같은 굵직한 거래들은 기업의 체질을 바꾸고 산업 지형을 흔들었다.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24일 종가기준)은 260조2608억 원이다. 삼성전자 다음으로 한국 증시를 대표하는 핵심 기업으로, 단순히 반도체 기업 하나의 성공이 아니라 한국 경제 체질이 M&A를 통해 바뀌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현대전자의 반도체 사업에서 출발해 LG반도체를 흡수하고, 이후 SK에 인수돼 오늘의 SK하이닉스가 됐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이동통신, 현대전자는 지금 우리 경제를 이끄는 SKT, SK하이닉스가 됐으며 모두 M&A의 산물”이라며 “지금의 굵직한 기업들은 바닥에서부터 시작한 경우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대한민국 기업 역사에서 M&A를 빼놓고 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M&A의 무게중심은 시대마다 달라졌다. 2010년대 초반 국내 대기업들의 M&A는 글로벌 확장보다는 시장 안정화 성격이 강했다. 롯데쇼핑이 2012년 하이마트 지분 약 65.25%를 1조2480억 원에 인수한 사례는 유통망 확대와 수익 구조 안정화를 노린 전략이었다.
2010년대 중반 들어서는 글로벌 기술 보강형 M&A가 본격화됐다. 삼성전자가 2016년 하만을 인수한 것은 대표적 전환점이었고, LG전자는 2018년 오스트리아 헤드램프 기업 ZKW를 인수해 전장 사업 확장에 나섰다.
2020년대에 접어들며 반도체·에너지 전환 중심의 대형 거래가 이어졌다. SK하이닉스는 2020년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계약을 체결했고, 이후 단계적 클로징 과정을 거쳐 2025년까지 최종 인수를 마무리하고 있다. 이 거래는 SK하이닉스의 사업 다각화뿐 아니라 한국 반도체 생태계의 지형 변화와 직결되는 사례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북미·유럽에서 합작법인 설립, 원재료 기업 지분 확보에 나서 공급망 장악을 가속화했다. 이는 단순 투자 이상의 의미로, 에너지 전환 시대 글로벌 주도권 경쟁에 참여하기 위한 필수적 행보였다.
최근 수년간 눈에 띄는 흐름은 사모펀드의 적극적 개입이다.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와 홈플러스를 인수한 뒤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KCGI가 한진칼 경영권 분쟁에 뛰어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카드·유통·물류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사모펀드가 시장에 뛰어들며 M&A 지형은 크게 흔들렸다.
IMF 외환위기와 같은 위기 상황은 M&A의 성격 자체를 바꿔놓았다. 일반 소비재로는 부족하고 경쟁력과 고유 핵심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인식이 기업들 사이에 퍼진 것이다. 맥주를 만들던 두산이 소비재 중심 그룹에서 중공업·에너지 기업으로 정체성을 바꾼 것 역시 같은 흐름이다.
굵직한 거래의 이면에는 좌절도 있었다. 금호그룹이 무리하게 대우건설을 인수하며 그룹 전체가 흔들렸고, 이는 결국 아시아나항공 매각으로 이어졌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논란은 이 같은 ‘승자의 저주’가 불러온 나비효과였다.
황 교수는 “실패한 M&A가 또다른 M&A로 이어진 사례로, 실패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앞으로는 글로벌 불확실성 심화와 관세 장벽 속에서 해외 M&A가 더욱 활발해질 가능성이 크다. 직접투자뿐 아니라 현지 기업 인수 방식으로 미국 등 주요 시장 진출이 확대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