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PBR 제도 “자율성 보장하되 촘촘한 검증”

금융감독원이 IFRS17 감독 방향을 두고 미국식 접근법을 주의 깊게 검토하고 있다. 이권홍 금감원 보험계리상품감독국장은 2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기본 방향은 미국식 모델을 참고하고 있다”면서도 “미국은 감독 자원이 풍부해 한 회사를 6~8개월간 들여다볼 수 있지만, 한국은 현실적으로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결국 한국 상황에 맞게 합리적으로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논의는 올해 5월 메리츠화재 김용범 부회장이 “장기손해율 가정이 불투명하다”며 경쟁사의 회계 정합성이 70%에 불과하다고 공개 비판한 것의 연장선이다. IFRS17은 원칙 중심 제도로 회사 자율에 방점을 두지만, 손해율 가정이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설정돼 재무제표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의심이 제기된 것이다. 당시 금감원은 “미국 감독당국을 초청해 자율성과 투명성의 균형점을 찾고, 이를 토대로 한국형 감독방향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감원은 이달 22일 한국경제인협회에서 ‘IFRS17 계리감독 선진화 세미나’를 열고 해법을 모색했다.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엄성민 미국 뉴저지주 보험감독당국 보험계리 최고책임자, 권선인 매스뮤추얼(MassMutual) 수석매니저, 노건엽 보험연구원 실장, 전용범 한국보험계리사회 회장 등이 참석했다. 23일에는 뉴저지주 감독당국과 계리사회가 함께한 비공개 간담회도 이어졌다.
세미나에서 엄성민 최고책임자는 미국의 보험부채 시가평가(PBR) 제도를 소개하며 “회사가 자체 경험 통계에 맞춰 가정을 세울 수 있도록 자율성을 보장하되, PBR 보고서에는 가정의 합리성, 내부통제, 경영진 논의까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독당국은 한 회사를 6~8개월간 밀착 감리하며 독립계리인의 서명 책임을 철저히 확인한다”며 “회사의 직원이지만 독립된 전문가로서 계리인은 자신의 서명에 책임을 져야 하고, 경영진 회의록과 모델 검증 과정까지 감독당국이 확인한다”고 강조했다.
업계도 충분한 준비기간과 외부 검증 장치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정해석 보험개발원 상무는 “할인율·손해율 등 주요 계리 가정은 장기적 로드맵에 따라 일관되게 추진돼야 한다”고 했고, 조성준 생보협회 상무는 “업계 자율성과 감독 가이드라인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훈 손보협회 상무는 “감독기준을 보다 구체적이고 체계화해 재무제표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