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 약진·중국 반도체 자급 노력 힘입어
캠브리콘 등 신흥 강자들로 랠리 확산
불안한 중국 경제에 랠리 지속 미지수

중국 기술주가 올해 들어 미국 나스닥 상장사들을 크게 앞질렀다. 인공지능(AI) 분야에서의 진전과 중국 정부의 반도체 자립 추진 등이 주요 동력이 됐다.
2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홍콩에 상장된 30대 기술기업으로 구성된 항셍테크지수는 올들어 지금까지 41% 급등했다. 같은 기간 17% 상승한 미국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보다 두 배 이상 큰 상승 폭이다.
알리바바·텐센트·바이두 등 중국 대표 빅테크 기업 주가는 홍콩증시에서 올해 각각 96%, 55%, 59% 폭등했다.
이 랠리는 올해 초 딥시크의 AI 약진 이후 시작됐으며 이달 들어 중국의 첨단 반도체 자급 노력이 성과를 내고 있다는 신호가 나타나면서 한층 빨라졌다고 FT는 설명했다. 기업들이 AI 인프라 지출을 확대하고 있고 첨단 칩 자체 설계능력 개발도 진전을 보이고 있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AI 모델 공개도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더욱 키웠다.
투자 열기는 알리바바 등 기존의 강자들은 물론 ‘중국판 엔비디아’를 꿈꾸는 AI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 캠브리콘,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SMIC 등 신흥 강자들과 혁신적인 바이오테크 기업들로까지 확산됐다. 중국 본토증시 AI 기업 주가를 종합한 CSI AI 지수는 올해 61%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홍콩 항셍바이오테크지수는 98% 폭등했다.
FT는 “중국 본토 대형 기술기업들이 전통적으로 미국 기업들에 집중되던 투자 매력을 끌어들이고 있다”면서 “이번 주가 급등은 수년간의 규제 압박과 경기 부진으로 알리바바·텐센트 등 인기 종목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거 이탈했던 상황을 딛고 화려한 복귀를 이뤄낸 것”이라고 풀이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의 레이먼드 청 투자책임자는 “딥시크 등장이 결정적 순간이었다. 모든 것이 달라졌다”며 “과거에는 중국 기술기업의 설비투자가 회의적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투자자들이 성과를 낼 것이라고 기꺼이 믿고 있다”고 설명했다.
알리바바의 ‘취안’, 텐센트의 ‘위안바오’, 바이두의 ‘어니’ 등 AI 모델은 업계 벤치마크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중국 14억 인구 전반에 걸친 수익화와 생산성 향상 기대를 키우고 있다.
또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월 빅테크 기업 대표들과 회동한 것은 정부 정책 변화의 신호로 여겨지며, 투자자 신뢰를 높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중국 기술주 랠리는 국내 경제가 디플레이션 압력으로 하반기 경기둔화 조짐이 뚜렷한 가운데 나타나고 있어 일말의 불안감을 주고 있다. 또 투자자와 애널리스트들은 2분기 기업 실적 부진에 실망했고, 중국 본토 CSI300 지수 종목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4분기 연속 정체됐다고 FT는 지적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반도체 자급자족 등에서 실제 진전보다는 투기적 성격이 강한 점을 경고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위니 우 중국 주식 전략가는 “반도체 업체들의 구체적 성과 공개가 부족해 실제로 얼마나 발전하고 있는지 확실히 알 수 없다”면서 “시장은 중국의 외국산 칩 구매 금지 조치를 진전의 증거로 해석하고 있지만 안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