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인터, 예비계약 체결
동국제강·세아제강도 검토
사할린 LNG 불안정성에 대체 조달원으로 부상

국내 에너지·철강 기업들이 미국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참여를 본격 저울질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가장 먼저 참여를 공식화한 곳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스 전시회 ‘가스텍’에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개발사 글렌파른과 예비 계약(Pre-Agreement)을 11일(현지시간) 체결했다. 연간 100만t(톤)의 LNG를 20년 동안 공급받는 내용이다. 행사에는 이계인 포스코인터내셔널 사장과 브랜달 듀발 글렌파른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했다.
예비계약은 상호 구속력 없는 의향서다. 포스코인터내셔널 측은 “타당성과 수익성이 담보될 경우 이사회 등 회사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통해 사업참여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계약에는 포스코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의 1300㎞ LNG 송유관 건설에 철강재를 제공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알래스카 LNG 사업에는 세아제강, 동국제강 같은 철강사들도 관심을 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휘령 세아제강 부회장은 LNG 프로젝트와 관련해 “현실화한다면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동국제강은 에너지와 플랜트용 강관 제작에 쓰이는 후판을 생산하고 있다.
미국 알래스카 LNG 사업은 추정치만 440억 달러(약 64조 원)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북극해 연안 프루도베이 가스전에서 채굴된 천연가스를 약 1300km 가스관을 통해 항구로 운송해 수출하는 사업이다.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 기업에 지분 투자, LNG 수입, 설계·조달·시공(EPC) 참여 등을 요청해왔다. 이에 가스전 개발 경험을 보유한 포스코인터내셔널이 LNG 구매에 나설 것으로 관측돼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 행정명령에서 알래스카 석유·가스 개발을 최우선 과제로 지정했다. 지난달 한미정상회담에서는 “미국이 추진하는 알래스카 LNG 개발 사업에 한국이 일본과 함께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렌파른은 10일에는 일본 전력회사 제라(JERA)와 20년 동안 연간 100만t의 LNG를 공급하는 내용의 의향서(LOI)를 체결했다.
한국은 2008~2028년 연간 최대 150만t 규모로 사할린 LNG를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의 사실상 국유화 조치 이후 배당 송금 제한, 장기계약 재협상 등에서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사할린-2’에서 배당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오프테이커(구매 계약자)인 한국도 2026년 이후 계약 불확실성이 확대되면 대체 조달원이 필요하다.
알래스카는 지리적으로 한국에 가장 가까운 북미 LNG다. 걸프코스트 보다 항로 거리가 약 30% 짧아 운송비 절감 효과가 있다. 또 알래스카 북부 노스슬로프는 확인 매장량 125TCF(미국 전체의 18%)를 보유하고 있으나 지금까지는 재주입(EOR) 위주로 사용돼 인프라 개발이 늦어졌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관건은 최종투자결정(FID) 타이밍”이라며 “2030년대에는 수급이 타이트할 전망이라 지금 FID에 참여한 기업들은 2030년대 아시아 LNG 프리미엄 국면에서 안정적 공급원과 추가 수익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