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PC·중국산 고율 관세로 현지 생산 경쟁력 높아져
인력 리스크 변수지만 “북미 시장 선점이 최우선”

국내 배터리 업계가 북미 생산 거점을 기반으로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생산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미국 전기차 보조금이 조기 종료되면서 ESS 확대 전략이 한층 강화되는 분위기다. 조지아 구금 사태가 변수로 거론되지만, 북미 시장 선점은 놓칠 수 없는 기회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는 북미 현지 공장에서 ESS 배터리 생산을 본격화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분기부터 미국 미시간 공장에서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양산을 시작했다. 당초 내년 애리조나 신규 공장에서 양산할 계획이었지만, 생산시설 효율화 전략에 따라 미시간 공장의 일부 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했다. 내년에는 캐나다 스텔란티스 합작공장, 미시간 랜싱 공장에서도 LFP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이다.
삼성SDI는 미국 인디애나주의 스텔란티스 합작공장 일부 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해 4분기부터 양산에 들어간다. 우선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배터리를 생산하고 내년 하반기부터 LFP 배터리 생산 라인을 가동한다. 최근 첫 ESS 수주에 성공한 SK온 역시 조지아 공장의 일부 라인을 전기차용에서 ESS용으로 돌려 내년부터 생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이 ESS 라인 전환을 서두르는 건 전기차 수요 회복이 더딘 탓이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감세안 ‘OBBBA’에 따라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가 이달 말 조기 종료되면서 전기차향 매출 공백이 불가피한데, ESS 확대를 통해 이를 상쇄한다는 전략이다. 배터리 업계의 실적 버팀목이었던 생산세액공제(AMPC)는 유지되고, 중국 견제 조항은 강화된 점도 힘을 싣는 요인이다.
미국의 고율 관세도 중국 기업의 진입을 가로막는다. 현재 미국에서는 중국산 ESS 배터리에 40.9%의 관세가 부과된다. 내년에는 관세율이 58.4%까지 오른다. 운송비까지 고려하면 1kWh당 30~40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SNE리서치 분석에 따르면 내년부터 중국산 ESS 컨테이너의 미국 도착 가격은 134달러까지 치솟는 반면 AMPC를 적용한 현지 생산 단가는 135달러로 가격 차이가 없어진다.
노후 전력 인프라 교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가 맞물리며 시장 성장세도 가파르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는 미국 ESS 시장 규모가 지난해 1067억 달러(약 148조 원)에서 2032년 2635억 달러(약 367조 원)로 두 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조지아 구금 사태로 인한 투자 위축 우려는 남아 있지만, 유럽 시장에서 이미 중국에 점유율을 상당 부분 내준 국내 기업으로서는 북미 시장 선점을 위해 투자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급망 측면에서 현지 생산능력 확보가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라며 “ESS 생산도 라인 전환을 통해 진행되고 있고, 공장이 가동되면 대부분 현지 인력으로 꾸려져 같은 문제는 반복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