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축통화국 아닌 한국, QE는 자산시장 과열·외환 불안 초래"
조건부 포워드 가이던스 도입…시장 소통·정책 유연성 강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한국이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실효하한금리(ELB)에 직면할 수 있다며, 이에 대한 선제적 대응과 통합정책체계(IPF) 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1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 총재는 IMF 주최 'Michel Camdessus Central Banking Lecture'에서 한국의 경험과 IPF 발전 과정을 되돌아보고, 향후 정책 수단 확대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 총재는 "한국은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IPF의 필요성과 효용을 직접 경험해왔다"며, 외환시장 개입(FXI, 중앙은행이 환율 급등락을 막기 위해 달러를 사고파는 조치), 자본이동관리조치(CFM, 급격한 자본 유출입을 막기 위해 외환거래나 자본 흐름을 제한하는 제도), 거시건전성정책의 역할을 언급했다.
그는 "외환시장의 구조적 취약성이 존재할 경우 FXI가 불가피하며, 가계부채가 GDP 대비 90% 수준에 달한 상황에서 거시건전성정책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ELB(실효하한금리, 금리를 더 내리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했을 때 스위스와 스웨덴처럼 양적완화(QE, 중앙은행이 채권을 매입해 시중에 돈을 푸는 정책)나 마이너스 금리를 활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신중론을 펼쳤다.
이 총재는 "한국은 기축통화국이 아니고 외환시장 깊이가 얕아 의도치 않은 위험이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규모 QE는 실물경제보다 자산시장 과열을 부추겨 저출산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안으로 중앙은행이 특정 부문에 저금리 자금을 공급하는 대출지원제도(FFL, 특정 산업·부문에 낮은 금리로 자금을 공급하는 준재정적 성격의 제도)를 제시했다.
이 총재는 "금리가 실효하한에 근접할 경우 부작용이 우려되는 비전통적 통화정책(UMP, 양적완화·마이너스 금리 등 표준적 금리정책 외 수단)보다 FFL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FFL은 금리정책의 한계를 보완하고 사회적으로 필요한 부문에 자금을 선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한국은행이 최근 'K-점도표'를 도입해 포워드 가이던스 모의실험을 진행 중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조건부 포워드 가이던스를 통해 중앙은행의 전망 역량을 강화하고 시장과 소통을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장기적으로 ELB 상황에서도 정책 유연성을 유지하는 채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끝으로 "ELB 위험은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 같은 구조적 취약성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사후적 대응보다 구조개혁을 통한 예방이 최선"이라며, "한국은행은 통화정책을 넘어 노동시장 참여 확대, 이민정책, 지역균형발전 등 장기 성장 과제까지 연구 범위를 넓히고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