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암 치료용 백신의 핵심 기술에 대한 글로벌 특허와 연구성과를 발표하며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항암 분야에서 차기 국산 신약이 등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2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진매트릭스, CG인바이츠, 차백신연구소 등이 질병 예방 또는 치료 백신 연구개발(R&D)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진매트릭스는 최근 자궁경부암 치료백신 GMPV-12에 대한 미국 특허를 등록했다. 특허 등록에 따라 진매트릭스는 인공지능(AI) 기반 항원 재설계 원천기술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확보했다.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라이선싱 계약도 추진할 계획이다.
GMPV-12는 AI 기반 단백질 모델링 기법으로 고위험군 인유두종바이러스(HPV)의 항원을 재설계한 치료백신이다. 건강한 사람이 예방을 위해 접종하는 기존의 HPV 예방백신과 달리, GMPV-12는 면역 세포인 T세포를 활성화해 암을 치료하는 원리로 환자에게 적용한다. GMPV-12는 동물시험에서 종양 성장 억제 효과와 높은 T세포 면역반응을 보였으며, 진매트릭스는 이번 미국 특허 등록을 계기로 GMPV-12의 임상을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CG인바이츠는 mRNA 항암 백신 후보물질을 활용해 폐암 동물모델 실험에서 면역반응을 확인했다. CG인바이츠는 폐암 마우스 모델에서 총 24개의 신생항원 펩타이드를 평가한 결과, 약 63%의 항원이 CD4 양성 또는 CD8 양성 T세포 반응을 유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CD4 양성 T세포는 다른 면역세포를 지휘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T세포이고, CD8 양성 T세포는 암세포를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T세포다. 또한 절반 이상은 두 면역세포에 동시 반응하는 중복 항원으로, 우수한 면역원성을 보였다.
CG인바이츠는 mRNA 항암 백신 연구에 AI 기반 신생항원 예측 알고리즘(imNEO)을 활용했다. 후보물질의 면역세포 활성화 및 확산의 시간적 패턴 분석, 항체 생성능, 내부 사이토카인 발현 등을 종합적으로 관찰했다. 2027년 임상 진입을 목표로 전임상을 추진하고, 폐암뿐 아니라 간암, 췌장암, 난소암 등 고형암으로 적응증을 확장해 개발할 계획이다.
차백신연구소는 SML바이오팜과 mRNA 기반 백신 및 치료제 공동 개발을 위한 포괄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차백신연구소의 면역증강 플랫폼 및 백신 후보물질 개발 경험과 SML바이오팜의 mRNA·LNP 플랫폼 기술을 결합해 차세대 백신·면역치료제를 개발한다는 목표다.
SML바이오팜은 mRNA 서열을 설계하고, mRNA의 핵심 구성 요소인 ‘UTR·Poly(A)’의 최적화 기술과 고효율·저독성 지질나노입자(LNP) 전달체 플랫폼을 제공한다. 차백신연구소는 이를 기반으로 백신 항원을 발굴해 면역학적 효능을 검증하고, 향후 전임상 및 임상 개발 전략을 수립해 실행할 예정이다.
암 치료용 백신은 면역항암제의 일종으로 감염병 예방 백신과 다른 개념의 의약품이다. 암 특이 항원을 암 환자에게 투여해 면역시스템을 활성화하고 종양 특이 항원에 대한 반응을 유도하는 원리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주로 암 병력이 있는 환자의 암 예방과 암 치료에 같이 사용할 수 있는 신약 개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관련 시장 규모도 성장세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20년 33억4500만 달러(약 4조6455억 원)였던 전 세계 암 백신 시장 규모는 2027년에는 73억300만 달러(약 10조1424억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 가운데 예방용 백신을 제외한 치료용 백신의 비중은 2020년 기준 약 10.3%에서 2027년에는 약 12.3%로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