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격차·경력단절 여전…여성 관리자 비율도 '최하위'
각계에서 장벽 깨는 여성리더 등장

세계 13위(지난해 국내총생산 기준) 경제 대국인 한국의 ‘유리천장’은 여전히 두텁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발표한 ‘유리천장 지수’에서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국 중 28위에 그쳤다. 여성의 노동 참여율과 소득, 유급 육아휴직 등 10개 지표를 종합 반영한 결과로, 직장 내 성별 격차와 경력 단절 위험이 크다는 의미다. 12년 연속 꼴찌였던 한국은 올해 한 계단 올라섰지만, 여전히 최하위권이라는 현실은 변함없다.
여성의 사회진출 의지가 커지며 고용률은 다소 개선됐지만, 높은 임금 격차와 출산·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 위험,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문제 등 구조적 장벽은 여전하다. 양적 성장에 비해 질적 개선은 더디다는 지적이다. 특히 기업과 정치 등 의사결정 중심부에서 여성 대표성은 OECD 최하위 수준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성인지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여성 관리자 비율은 2017년 12.3%에서 지난해 17.5%로 5.2%포인트(p) 상승했으나, OECD 회원국 평균치(30~40%)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럼에도 한국 사회 곳곳에서는 ‘최초’의 신기록을 쓰는 여성 리더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정부부처 최초 장관을 비롯해 대기업· 금융·증권사·로펌의 최고경영자(CEO), 유력 정치인, 국책 연구원, 축구선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 중이다. 이들은 때로는 조직문화의 냉대와 편견을 견뎌야 했고, 후배 여성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기 위해 더 큰 책임을 감당하기도 했다.
유리천장 돌파는 단순히 개인의 성공에 그치지 않는다. 한 명의 여성 리더가 만든 변화는 조직 내 성별 다양성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다음 세대가 뒤따를 수 있는 사다리가 된다. 조직 성과에도 긍정적이다. 크레디트스위스 연구기관(CSRI)은 경영진 내 성별 구성이 다양하면 주가 대비 초과 실적이 4%에 달해, 이사회 내 성별 다양성만 고려했을 때보다도 세 배 이상 컸다고 분석한다.
올해 창간 15주년을 맞은 본지는 국내 종합경제지 최초 여성 편집국장을 배출했다. 이에 유리천장 타파에 앞장 선 여성 리더들을 집중 조명하기 위해 24일부터 여성 리더 15인에 대한 인터뷰 시리즈 ‘K 퍼스트 우먼 - 한국 경제의 최초를 연 그녀들’을 연재한다. 이번 시리즈는 정치·경제·사회·과학기술·스포츠 등 각 분야에서 한계를 돌파한 여성 리더들의 도전과 성취, 후배 여성들을 향한 진심 어린 이야기를 다룬다. 수많은 ‘퍼스트 우먼’의 새역사가 쌓일수록 두꺼웠던 유리천장도 결국 깨질 것이라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