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ㆍSK하이닉스 신고가 행진, 이달만 최대 36% 급등
외국인 5조 순매수 vs 개인 7조 순매도

코스피가 다시 한 번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3450선 문턱에 올라섰다. 외국인 자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52주 신고가와 역대 최고가를 기록하는 등 반도체 랠리가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그러나 개인은 차익 실현에 나서며 투자심리가 극명히 엇갈렸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2.31포인트(pㆍ1.24%) 오른 3449.62에 마감했다. 장 초반 3421.13으로 출발한 지수는 장중 3452.50까지 오르며 최고치를 경신했으나 종가는 3450선을 눈앞에 두고 멈췄다. 종가 기준 11거래일 연속 상승이자 5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다. 이는 1984년과 2019년 기록한 13거래일 연속 상승에 바짝 다가선 수준이다.
미국발 훈풍도 국내 증시를 자극했다. 15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4만5883.45, S&P500지수는 6615.28, 나스닥지수는 2만2348.7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알파벳이 4% 넘게 급등하며 시가총액 3조 달러를 돌파했고, 테슬라는 자사주 매입 소식에 3% 이상 뛰었다. 글로벌 기술주 강세가 국내 반도체주 급등으로 이어진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가를 주도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장중 7만9400원, SK하이닉스는 35만4000원까지 치솟으며 각각 52주 신고가와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종가는 삼성전자가 전일 대비 3.79% 오른 7만9400원, 하이닉스는 5.14% 상승한 34만8000원으로 마감했다. SK하이닉스가 35만 원을 돌파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 호황과 실적 개선 기대가 주가를 밀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달 들어 두 종목의 상승 폭은 두드러진다. 9월 1일부터 16일까지 삼성전자는 17%, SK하이닉스는 36% 급등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이 10%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이다.
투자자별 수급은 극명히 갈렸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삼성전자 2조7518억 원, SK하이닉스 2조5682억 원을 순매수하며 합산 5조 원 이상을 사들였다. 반대로 개인은 삼성전자 4조5475억 원, 하이닉스 2조5208억 원을 팔아치우며 7조 원 이상 순매도했다. 이날만 해도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7029억 원을 순매수한 반면 개인은 1조7642억 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인공지능(AI) 서버 확산에 따른 장기 성장성에 주목하며 공격적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HBM과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수요 확대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공급사 재고는 낮고 생산능력은 제한적이다. 여기에 정부의 증시 활성화 정책과 원화 강세 기대까지 더해지면서 외국인 자금 유입이 가속화됐다. 반대로 개인은 단기 급등 피로감과 가격 변동성 우려, 과거 반도체 사이클 고점에서의 손실 경험 등을 고려해 보수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최근 제기된 HBM 계약 지연 이슈도 매도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대형 반도체주에 대한 증권가 전망은 여전히 밝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HBM4 요구 사양 상향으로 기술 경쟁력이 부각될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39만5000원으로 상향했다. 그는 “3분기 매출 24조6000억 원, 영업이익 11조2000억 원으로 시장 기대치를 웃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도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부문에서 테슬라·애플 등 글로벌 고객을 확보하며 중장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하반기 엔비디아향 HBM 공급 가능성과 메모리 업황 개선이 맞물려 주가 모멘텀이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코스피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면서도 단기 조정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임정은·태윤선 KB증권 연구원은 “알파벳 시총 3조 달러 돌파 등 미국 기술주 강세가 국내 투자심리를 지지했지만, 코스닥은 약세를 보이며 고점 부담도 존재한다”며 “향후 외국인 매수세 지속 여부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가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