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는 감소 전환⋯6·27 규제 효과 본격화
2금융권도 문턱 높아져 차주들 선택지 좁아져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올해 들어 처음 감소세로 전환됐지만 예금담보대출은 다시 반등하고 있다. 대출 한도가 줄고 신용대출 창구가 막히자 단기 자금 수요가 예담대로 쏠리며 ‘풍선효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예담대 잔액은 15일 기준 6조832억 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1월 말 5조8464억 원에서 상반기 6조 원을 넘어선 뒤 7월 말에는 6조504억 원까지 늘었다. 그러나 8월 말에는 6조419억 원으로 소폭 줄며 한 달 만에 감소세를 보였고 9월 들어서는 보름 만에 400억 원 넘게 불어나며 증가세로 돌아섰다. 신용대출이 막히자 단기 자금 수요가 예담대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예담대는 예·적금이나 청약통장을 담보로 대출받는 상품이다. 예치금의 최대 95%까지 빌릴 수 있으며 신규 취급 시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담보가 확실해 은행 입장에서는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차주 입장에서는 다른 대출 수단이 막힐 때 단기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창구가 된다. 특히 목돈을 해지하지 않고도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차주들에게 유리하다.
최근 금리 환경도 예담대 수요를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7월 신규취급액 기준 예금은행의 예담대 금리는 연 4.15%로 2022년 말 이후 이어지던 상승세가 최근 들어 하락세로 전환됐다. 정기예금 금리가 낮아지면서 이를 기준으로 산정되는 담보대출 금리도 함께 내려가 차주들의 비용 부담이 줄어든 것이다. 여기에 최근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이며 단기 투자자금 수요가 커진 점도 예담대 확대 배경으로 꼽힌다.
반면 은행권 주담대는 감소세로 돌아섰다. ‘6·27 대출규제’ 여파로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607조6190억 원)은 8월 말(607조6714억 원)보다 524억 원 줄며 올해 들어 처음 감소세를 나타냈다. 그동안 월평균 4조 원 안팎 늘던 가계대출 증가세도 이달 들어 1조 원대에 그치며 규제 효과가 본격화된 모습이다. 규제 지역 내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축소와 스트레스 DSR 전면 적용이 맞물리며 실수요자의 대출 여력이 크게 위축된 결과다.
은행권은 정부 규제 외에도 자체 관리 강화를 병행하고 있다. 이달 8일 신한은행은 ‘9·7 가계대출 추가 규제’ 전산 반영을 이유로 비대면 주담대와 전세대출 접수를 중단했다. 앞서 6·27 대책 직후에도 주요 은행들이 전산 업데이트를 이유로 비대면 창구를 최대 열흘 넘게 막은 바 있다.
은행 대출 문턱에 가로막힌 차주들은 자연스럽게 상호금융, 저축은행 등 2금융권으로 향하고 있다. 그러나 2금융권도 여건이 녹록지 않다. 경기 불황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건전성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여력은 크지 않다. 이 때문에 예담대가 대출 규제의 틈새상품으로 자리 잡으면서 단기 자금 수요를 떠받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가계대출 증가세가 8월 들어 다시 확대되면서 추가 규제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며 “주담대와 전세대출 규제가 강화된 상황에서 단기 자금을 마련하려는 수요가 예담대로 몰리며 잔액이 증가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