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건설, 산업 현장 전반에서 로봇과 드론 기술이 현장에 빠르게 도입되며 작업자 안전과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현장의 위험을 원천 제거할 수 있는 기술에 기업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모양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최근 '2025 스마트건설기술 시연회'를 통해 로봇을 활용한 현장관리 기술을 대거 공개했다.
먼저 눈길을 끈 것은 터널 현장의 락볼트 시공 작업에 투입되는 웨어러블 로봇 ‘엑스블 숄더(X-ble Shoulder)’다. 사람이 착용할 수 있는 이 로봇은 작업자가 팔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는 고된 작업을 할 경우 상완 근력을 보조해 근골격계 부담을 줄여준다. 업계에서는 하루 5000회 이상 반복해야 하는 암반 천공 작업에서 큰 도움을 줄 것이란 평가다.

현대건설은 현대차그룹의 로보틱스 계열사인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도 도입해 터널 발파 지역과 같은 위험 구역에서 무인 안전순찰을 시행하고 있다. 스팟이 보내오는 실시간 열화상·영상 데이터를 통해 작업자는 원격지에서도 위험 요소를 파악할 수 있어 폭발·가스 등 위험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물산에서도 최근 현대건설과 공동으로 개발한 건설자재 운반 자동화 로봇을 공개했다. 해당 로봇은 사고 위험이 높은 무거운 자재 운반 작업을 완전 자동화하기 위해 고안됐다. 로봇에는 3D 영상 기반 팔레트 형상 인식 및 피킹 기술, SLAM(동시 로컬라이제이션·매핑) 자율주행 기술, 원격 관제 시스템 등이 탑재됐다. 로봇은 팔레트의 위치와 형태를 스스로 인식해 정확히 물건을 들어올리고 복잡한 공사장 내에서도 장애물을 피해가며 효율적으로 주행이 가능하다.

호반건설은 고층 건물 외벽 도장 작업에 로봇 기술을 적용해 안전사고를 예방하면서도 공정 효율을 끌어올렸다. 호반건설의 외벽도장 로봇 ‘롤롯(Rollot)’은 건물 옥상에 설치된 와이어를 따라 수직 이동하며 원격 제어 롤러 도장작업을 수행한다. 분당 최대 10m의 면적을 칠할 수 있어 인력 대비 약 2.5배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 해당 로봇은 날씨의 영향을 적게 받아 고층 외벽 작업에서도 품질 확보가 가능하고, 사람이 직접 높은 곳에서 작업하지 않도록 해 추락 재해를 막을 수 있다.
SK에코플랜트는 건설 폐기물 처리 사업장에도 로봇 자동화를 도입했다. SK에코플랜트는 2023년부터 두산로보틱스와의 협력을 통해 의료폐기물 소각장에 로봇팔을 적용하고 있다. 1200℃에 달하는 소각로에 의료폐기물을 투입하는 상차 작업을 협동로봇이 대신 수행함으로써 근로자의 고열·유해물질 노출 위험을 없애고 소각 효율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제조업 분야에서도 로봇 자동화가 한창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21년 약 1조 1억 원을 들여 美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한 바 있다. 이를 통해 현대차는 올 연말 미국 조지아주에 신설 중인 현대차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공장에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를 시범 투입한다는 게획이다. HMGMA 공장은 이미 프레스·차체·도장 공정을 100% 로봇 자동화로 구축했고, 최종 조립라인도 자동화율 40%를 넘어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 받는다. 여기에 '아틀라스'까지 가세하면 체감 자동화율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현대차는 단조롭고 위험한 조립 작업의 40% 이상을 로봇화해 인간 작업자의 부담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초고온·초대형 설비가 많은 조선·철강 산업 역시 로봇 도입을 통한 스마트 팩토리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오션은 연결·자동·지능화를 중심으로 한 스마트 조선소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2026년까지 1600억 원을 투자해 스마트 조선소 시스템을 구축하고, 오는 2030년까지는 총 3000억 원을 투자해 2023년 기준 10% 중반이었던 조선소 자동화율을 공정별로 최대 7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드론, 사물인터넷(IoT) 센서, AI 플랫폼을 활용한 원격 모니터링 체계를 갖추고, 자동 용접 로봇 80여 대를 개발·배치해 고위험·고난도 용접 작업을 로봇이 대체하도록 하고 있다.
HD현대삼호와 HD현대로보틱스는 최근 인간형 로봇 개발의 선두주자인 독일 노이라로보틱스(NEURA Robotics)와 협업해 조선산업용 용접 자동화 휴머노이드 개발에 나선다. 양사는 조선산업용 4족 보행 용접 자동화 휴머노이드를 개발하고, 작업 환경 실증을 통한 현장 적용 가능성을 검증하게 된다. 이를 통해 안전을 지키면서도 생산성을 향상시킨다는 계획이다.
철강 업계에서도 대표주자 포스코그룹이 로봇 기술을 활용해 산업 현장을 이끌어가고 있다. 현재 포스코의 스마트팩토리에서는 4족 보행 로봇이 고로 풍구를 점검하고 있다. 고로 풍구는 약 1200℃의 열풍이 흐르는 통로로, 기존에는 사람이 방열복을 입고 접근했으나 화상·가스 중독 위험이 매우 컸다. 포스코의 스마트팩토리에서는 이를 로봇이 수행하면서 작업자의 안전을 지키면서도 작업 수행의 효율성은 끌어올렸다.
이성온 한양대 로봇공학과 교수는 “현재 산업 현장에서는 사람들이 하던 작업들을 로봇으로 대체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면서도 “지금은 로봇이 일정 작업을 반복하는 데 많이 쓰이지만, 앞으로는 직접 검열하고 판단하는 작업도 할 수 있어야 해서 AI를 활용한 기술 발전이 더욱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사람보다 로봇을 쓰면 비용이 더 많이 투입되긴 한다”면서도 “중대재해 같이 비용보다 안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분야에서는 로봇이 더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