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소비자 모두 울린다…韓 '애그플레이션'의 두 얼굴

입력 2025-09-14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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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그플레이션 심화⋯농산물 가격 중 ‘유통비용’ 50% 육박
농산물 유통 세금 없어 이윤 규모 파악 안돼
좁은 국토‧영세 농가 많아…이상기후도 영향
투명한 유통구조 형성ㆍ신품종 개발 등 필요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가공식품·수산물 등 가격이 오르면서 두 달째 2%대 상승세를 이어갔다. 폭염·폭우 영향으로 과일·채소 등 농산물 가격이 강세를 보였다. 소비쿠폰 수요가 많은 한우 등의 물가도 전달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지난 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6.52(2020년=100)로 1년 전보다 2.1% 올랐다.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올해 1월부터 2%대를 기록하다가 지난 5월 1.9%로 떨어졌으나 6월부터는 두 달째 다시 2%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날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가공식품·수산물 등 가격이 오르면서 두 달째 2%대 상승세를 이어갔다. 폭염·폭우 영향으로 과일·채소 등 농산물 가격이 강세를 보였다. 소비쿠폰 수요가 많은 한우 등의 물가도 전달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지난 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6.52(2020년=100)로 1년 전보다 2.1% 올랐다.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올해 1월부터 2%대를 기록하다가 지난 5월 1.9%로 떨어졌으나 6월부터는 두 달째 다시 2%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날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우리나라의 ‘애그플레이션’(농산물 가격 급등에 따른 물가 상승)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농업 생산성은 낮고 유통비용은 높은 구조적 한계에 기후변화까지 겹치면서 소비자와 농가 모두 피해를 보는 악순환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4일 통계청에 따르면 8월 농축수산물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4.8% 올라 전체 소비자물가를 0.37%포인트(p) 끌어올렸다. 이는 13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6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의 식료품 가격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1.5배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국내 농업은 좁은 국토와 영세 농가 위주 구조 탓에 생산성이 낮다. 지난해 기준 경지 규모 1㏊(헥타르·1㏊는 1만㎡) 미만 농가는 전체의 74%를 차지했다. 사과·복숭아·감자 등 주요 작물의 단위 생산량은 해외 선진국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문제는 농산물 소비자 가격의 절반 가까이가 유통비용으로 빠져나간다는 점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023년 농산물 유통비용률은 49.2%로, 2013년(45.0%)보다 4.2%p 높아졌다. 소비자가 1만 원을 내고 농산물을 샀다면 유통업체들이 4920원을 가져가는 셈이다.

20년 전과 비교하면 상승폭은 더 두드러진다. 1999년(38.7%)보다 10%p 넘게 올랐다. 유통비용률은 20여 년 전과 비교하면 상승 폭이 두드러진다. 1999년 38.7%에서 10%p 넘게 높아졌다. 유통비용은 품목마다 편차가 큰데 배추·무 등 일부 농산물의 유통비용은 60~70%에 이른다. 농가 입장에서 배추나 무를 수확해 소비자 가격의 30~40%도 건지지 못하는 셈이다. 실제 생산자가 가져가는 몫은 유통비용 수치로 드러난 것보다 훨씬 적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 농산물 유통은 도매법인이 경매를 주도하고 중도매인이 소매로 넘기는 이원적 구조에 묶여 있다. 이 과정에서 가격 왜곡과 높은 마진이 발생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불리하다. 한은은 “유통업체의 시장지배력이 큰 상황”이라며 구조적 개혁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 2일 서울 한 대형마트 사과 매장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 2일 서울 한 대형마트 사과 매장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다른 나라와 달리 농산물 유통구조가 대형 도매법인이 운영하는 도매시장 경매제 중심인 것도 개선해야 할 문제로 꼽힌다. 도매시장 법인이 농산물을 수집하고 경매를 거쳐 중도매인(중간도매상)이 이를 소매점에 판매하는 이원적 구조인데 생산자가 염가에 넘길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다.

정부도 개선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5월 온라인 도매시장을 키우고 기존 도매시장 도매법인의 경쟁을 유도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유통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 대통령도 유통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도매시장에서 경매 외에 정가·수의 매매를 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고 생산, 가격 관련 정보 제공을 확대해 가격 투명성도 높일 예정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1일 다른 나라에 비해 식료품 가격의 수준과 변동성이 높은 이유를 물으며 대책 마련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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