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함으로 시작해 채용 시장까지…“끊임없는 고민으로 개척”
5년간 수익 없이 회원 모집에 집중…수익 구조 다변화 나서

최재호 리멤버 총괄대표는 임직원들에게 종종 이런 메시지를 던진다. 명함관리로 직장인을 하나 둘 모아 500만 명의 이용자를 끌어모은 리멤버는 인재 채용 솔루션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대표적인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거듭나고 있다.
‘국민 명함앱’이라는 단순한 타이틀에 그치지 않고, 무한 잠재력을 증명하면서 최근엔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EQT가 리멤버의 인수를 결정했다. EQT는 2660억 유로(약 430조 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글로벌 투자사다. 리멤버 창업 이후 숱한 위기 속에서 모든 과정을 진두지휘한 최 대표는 리멤버를 ‘아시아의 링크드인’을 만들겠다는 창업 당시 포부를 완성하기 위해 한 순간도 허투루 뛰지 않는다.
최 대표가 리멤버를 만든 혁신의 비결은 발상의 전환이다. 시장의 불편함과 고객 니즈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늘 집중했다. 모두가 겪지만,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했던 것들을 끈질기게 고민했다. 그 시작이 ‘명함’이었다. 수북이 쌓이는 명함을 비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했던 직장인들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2014년 명함관리 서비스를 선보였다. 당시 시장에서는 20종이 넘는 유사 서비스가 난립했지만 지속 이용률은 채 10%도 되지 않았다. 부정확한 광학 문자 인식(OCR) 기술 탓에 잘못 입력되는 정보가 많아 불편함이 많았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단시간에 개선할 수 없는 기술에만 연연하지 않고, 문제의 본질인 정확도에 집중했다. 부정확한 정보 입력 방식을 사람이 직접 수기로 입력해 문제를 해결했다. 당시 ‘테헤란로 노가다의 전설’로 알려졌던 최 대표의 집요함이 만든 결과다.
이후 최 대표는 채용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명함관리로 모은 직장인 회원들에게 필요한 서비스가 무엇인지 고민한 끝에 경력직 채용 시장에 주목했다. 당시 채용의 통상적인 룰은 기업이 공고를 내고, 좋은 인재가 지원하기를 기다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 대표는 진짜 핵심인재인 경력직 직장인들은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 집중했다. 이에 기업이 먼저 인재를 찾아가는 새로운 접근법으로 채용의 방식을 바꿨다. 이를 통해 리멤버 안에선 1000만 건의 스카우트 제안이 이뤄졌다. 과거 신입 중심의 채용에서 경력 중심의 채용이 대세가 된 것도 리멤버의 성장성과 경쟁력을 키웠다.
최 대표는 또 기업이 막대한 비용을 쏟아붓고도 필요한 고객을 찾지 못하는 비효율적인 마케팅 방식에서 문제점을 발견했다. 리멤버가 가진 데이터 경쟁력을 활용해 타게팅이 가능한 마케팅 솔루션을 선보였다. 최근에는 누구나 쉽게 필요한 사람을 온라인으로 찾고 소통할 수 있는 비즈니스 연결 플랫폼 ‘리멤버 커넥트’를 공개했다. 리멤버 커넥트는 다양한 기업의 인물과 각계각층의 전문가를 찾아 대화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이용자들은 이름·회사명·업종 등으로 인물을 검색해 프로필을 확인하고, 리멤버 안에서 1대 1 메시지로 소통한다. 4월 콘셉트 공개와 함께 사전 등록을 시작해 4개월 만에 20만 명이 넘는 사전 등록자를 모았다. 3000명 이상의 대기업 임원급 등이 참여했다. 인맥에만 의존하거나 주변을 통해 알음알음 소개 받던 비효율적 네트워크 방식에서 벗어나 연결성을 더 확장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리멤버 창업 후 최 대표가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돈은 어떻게 버실 거예요?” 였다. 최 대표가 5년간 수익모델 없이 직장인 회원을 모으는 데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당시 최 대표는 대체 불가능한 플랫폼이 되기 위해 무엇보다 사람을 모으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시장의 계속된 의심에도 섣불리 돈을 벌기보다 직장인 회원을 끌어모으는 게 먼저라는 원칙을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 결국 직장인 500만 이용자와 ‘국민앱’ 타이틀은 리멤버의 사업영역 확장에서 강력한 무기가 됐다.
리멤버의 매출은 최근 3년(2021~2024년)동안 58억 원에서 684억 원으로 12배 급성장했다. 지난해에는 역대 최대 연매출을 기록했다. 체력을 키운 리멤버는 올해 월별 최고 매출을 경신해 나가며 연 매출 1000억 원의 체력을 확보했다. 리멤버 관계자는 “단순히 수익 모델을 완성한 게 아니다”라며 “인재 채용 방식을 바꾸고, 마케팅 방법을 혁신하는 등 비즈니스 교류의 새 지평을 열었다. 최 대표의 뚝심이 리멤버를 명합앱에서 비즈니스 생태계의 중심으로 도약시킨 것”이라고 전했다.

최 대표가 가장 경계하는 건 ‘일반적으로’, ‘다들 그렇게 한다’와 같은 관성에 젖은 말들이다. 과거의 성공 방정식이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고 믿고, 항상 ‘왜?’라는 질문으로 본질을 파고든다. 이는 때로 자기 자신을 향한 날카로운 비판이 되기도 한다.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전, 항상 버릇처럼 원점으로 되돌아가 다시 검열하는 치열한 자기 혁신 과정을 거친다. 이미 결론이 난 사안마저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는 최 대표의 습관에, 실무진들도 종종 진땀을 빼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 대표는 리멤버가 모든 직장인과 기업의 기회를 연결하는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개척할 시장 역시 무궁무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인재들에게 더 나은 커리어 기회를 연결하는 것에 집중했다면 다음 스텝에서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와 연결하는 것으로 영역을 확장할 방침이다. 비즈니스의 모든 순간을 리멤버로 통하게 만드는 것이 최 대표의 목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