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둔화 장기화에 기업들 비용 절감 나서
올해 상반기 법인 파산 1104건…11.85% 증가

국내 카드사의 법인 신용카드 발급 건수가 22년 만에 처음으로 2분기 연속 감소했다. 경기 둔화와 통상 리스크 속에서 기업들이 투자와 영업을 최소화하면서 법인카드 발급과 이용 건수까지 위축되는 모습이다.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카드사들의 법인 신용카드 신규 발급 건수는 1159만9000장으로 1분기 1160만4000장보다 5000장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 1164만9000장에서 두 개 분기 연속 감소해 6개월 사이 총 5만 장이 줄어들었다.
일반적으로 법인카드 신규·재발급 수요는 2분기에 집중된다. 카드 발급은 연말 혜택을 챙기고 연초에 불필요한 카드를 해지하는 경우가 통상적이다. 이후 2분기부터 다시 증가하는 흐름을 보여왔다. 그러나 올해처럼 연초에 이어 2분기까지 발급 건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한 건 2003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법인카드 신규 발급은 올 상반기만 해도 △1월(-2만2000장) △3월(-2만4000장) △6월(-1만4000장) 등 세 차례 감소하며 들쑥날쑥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용 건수도 줄었다. 법인카드 이용 건수는 올해 6월 1억1001만 건으로 전년 동기(1억1235만 건) 대비 2.09%(234만 건) 감소했다.
법인카드는 주로 신규 법인 설립, 사업 확장, 채용, 출장, 활동비 등과 연관된다. 발급ㆍ이용 건수가 줄어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기업 경영이 보수적으로 돌아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법인카드 발급이 이례적으로 줄었다는 것은 경기침체 장기화로 기업 경영 심리가 악화하고 투자와 소비가 축소돼 다시 경기가 위축되는 악순환의 현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올해 법인 파산 건수도 급증하고 있다. 대법원 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1~6월 법원에 접수된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총 110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85%(117건) 증가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말 연간 최대치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폐업이나 파산 법인이 늘어난 점이 법인카드 발급 건수 변화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미국의 상호관세 여파로 수출 물량이 줄어든 것도 기업들의 카드 발급과 사용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