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82% 기후 비자 신청
피지, 40개 마을 이전 필요…재원 부족에 발 묶여
바누아투, ICJ에 자문…“선진국에 손해배상 청구 가능”

태평양 작은 섬나라 투발루는 해수면 상승으로 향후 25년 내 대부분 침수될 위기에 처한 ‘수상국가’다. 투발루는 기후 변화 영향에 대응하여 세계 최초로 국가 전체가 나서는 첫 번째 계획된 이주를 준비하고 있다.
11일 이탈리아 매체 와이어드와 영국 가디언 등의 보도를 종합해보면 오세아니아에 있는 투발루는 9개의 산호섬과 환초로 이뤄져 있다. 인구는 1만1000명이 조금 넘는다. 평균 해발고도가 2m에 불과해 홍수, 폭풍 해일, 해수면 상승에 극도로 취약하다. 사실상 기후위기의 최전선에 선 셈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해수면 변화팀은 투발루 해수면이 2023년 기준으로 30년 전보다 15cm 더 높다고 분석했다. 군도 내 9개의 산호환초 중 2곳은 이미 대부분 물에 잠겼다. 이 속도대로라면 2050년까지 국토와 기반 시설 대부분이 물에 잠길 수 있다.
이러한 실존적 위협에 직면해 전례 없는 기후 비자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투발루는 2023년 호주와 세계 최초로 팔레필리 연합 조약에 서명했다. 이 조약은 매년 280명의 투발루 사람들에게 호주에 영구적으로 정착할 기회를 제공한다. 주거, 의료, 교육 및 일자리에 대한 완전한 접근성을 제공한다.
6~7월 진행된 1차 신청 접수에서는 본인 등록자 가족을 포함해 총 8750건이 접수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이 수치는 2022년 인구 조사 기준 투발루 인구의 약 82%에 해당한다. 280명의 당첨자는 추첨을 통해 선발된다.
전문가들은 호주와 뉴질랜드로의 다른 이주 옵션과 결합하면 투발루 인구의 4%가 매년 해외로 이주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뉴사우스웨일스주립대(UNSW) 시드니 캠퍼스 내 앤드루&레나타 칼도르 국제 난민법 센터의 제인 맥애덤 연구원은 “10년 이내에 인구의 40%에 가까운 사람들이 이주할 수 있지만, 일부는 고향으로 돌아가거나 왕복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돈이다. 정부 재정만으로는 모든 이전을 감당할 수 없는 데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국제 지원까지 위기에 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피지에 기후 회복력 연구 자금을 포함해 1000만 달러를 지원하던 미국 국제개발처(USAID)를 해체했다. 태평양 도서국들에 6억 달러 이상을 지원하겠다던 조 바이든 전 정권의 약속도 현재 불투명한 상태다. 결국 이주 재원 확보가 급한 탓에 국영기업의 소나무 벌목을 허용했지만 토양 침식과 어획난이라는 피해가 뒤따랐다.
수몰 위기에 처한 또 다른 섬나라 바누아투는 국제사법재판소(ICJ)에 기후 변화에 대한 국가들의 책임을 묻는 자문 의견을 요청했다. 유엔 최고 사법 기구이자 세계의 법원으로 불리는 ICJ에 법적 판단을 구하자는 발상은 이 나라의 로스쿨 학생들에게서 나왔다. 이에 ICJ는 최근 기후변화로 피해를 본 나라가 선진국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ICJ가 기후 위기와 관련해 국가의 책임을 명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록 권고에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각국 정부의 정책과 법원 판결, 국제법 해석의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